50년간 2만 여점 수집…사회·시대상 한눈에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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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집안에 나뒹굴던 엽전꾸러미를 긁어모으기 시작한 것은 일곱 여덟 살 때부터 였다.
그 동안 화폐수집에 정성을 쏟아오면서 주위로부터의 비웃음도 많이 샀다.
왜 쓰는 돈을 가지고 못쓰는 돈올 사 모으느냐고 핀잔이었다.
20년 전에도 엽전 1관에 몇백 환이면 살수 있었다. 인사동 골동품가게로 찾아가면 하루에도 수실가마의 엽전이 고물 장수에게 팔려나갔다.
그 중에 필경 섞여 있었을 귀중한 문화재들이 녹아 없어진 것을 생각하면 여간 안타깝지 않다.
50년간 내가 모아온 화폐는 약2만 여점에 이른다. 값나가는 것도 적지 않지만 값의 고하를 떠나서 내 일생이 모두 서려있는 것들이다.
뒤늦게 나마 우리 나라도 질 좋은 기념주화를 발행하게된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외국에서는 단순한 기념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가 돈을 벌기 위해서 발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이나 서독·멕시코 등은 올림픽을 주최하면서 발행한 기념주화를 팔아서 상당한 재원으로 충당했었다고 한다.
또 기념주화를 자주 발행하면 그만큼 시중의 돈이 줄어드는 통화환수 효과가 생길 터이니 여러 가지로 좋을 것이다.
틈날 때마다 모아온 기념주화를 들여다보노라면 그 나라의 사회상과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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