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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엉터리 데이터 솎아내기, 정보화 첫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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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데이터의 세계에서는 데이터의 질이 지켜져야 속도도 보장된다. 질이 속도를 보장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 기업이나 정보시스템 내에 저장된 저장 공간의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질적으로 엉터리인 데이터들로만 가득 차 있다. 양질의 데이터라고 분류할 수 있는 데이터는 기업 전체 데이터의 40%도 채 안된다. 이 칼럼을 접하는 어느 CEO 든 자신의 기업에서 데이터 10개 중 6개 이상이 엉터리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그것은 단적으로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냥 아무거나 데이터로 잡은 업계의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마디로 ‘데이터 마인드’ 부재다. 이것은 과연 데이터로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데이터 감별’ 능력이 없는 탓이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우리만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기업도 예외 없이 다 잘못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우리 회사의 정보시스템이 이런 패배주의나 자괴감에 빠져 있지 않은지 ‘데이터 전문의’의 진단을 한번 날 잡아 받아 봄직하다. 차세대 정보시스템 개발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을 하고 정보화 개선을 나름 시도하지만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다 봐야 한다.

  시대와 기술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원리가 정보화 분야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게 데이터 감별 능력이다. 진정한 데이터 감별 전문가 한 명이 우리 기업의 정보화 위기관리는 물론 정보화의 질적 개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남보다 먼저 그런 역량의 전문가를 우리 기업이 먼저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영의 과학화는 대충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기업의 데이터 감각은 어느 정도인가를 냉정히 짚어보고 과연 기업 경영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이끌 정도로 예리한 데이터 감각을 갖고 있는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