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서씨의 소설 『비철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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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달의 소설 중에는 유익서씨의 『비철 이야기』(문학사상), 강홍규씨의 『도둑잡기』(한국문학), 박완서씨의 『엄마의 말뚝②』, 이광복씨의 『지하실의 닭』(한국문학) 등이 평론가에 의해 수준 작으로 지적됐다.
유익서씨의 『비철 이야기』는 해수욕 철이 아닌 봄의 활기 없는 해변에서 하루하루 망가져 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그린 이야기다. 그들은 소외된 사람들이다. 감옥에서 나온 주인공은 의로움을 달래기 위해 해변을 찾아간다. 바다가 그를 감싸줄 것을 기대하면서.
그러나 그는 해변에서 버림받은 여자의 자살한 시체, 병자, 일자리를 잃은 악단, 남자를 바꾸며 살다가 마지막엔 자신이 쫓김을 당한 여인과 그 여인의 씨다른 세남매들을 만난다.
주인공은 이같은 「제절이 아닌 땅」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감을 느낀다. 주인공은 세남매중 맏딸과 가까워지나 동생들의 음모로 갈라지고 술이 취한 가운데 둘째와 정사까지 갖게된다. 그일은 맏딸의 자살을 불러온다.
유씨는 이러한 전개를 통해 소외 자들의 파괴적 아픔, 그리고 무력한 모호성등을 드러낸다.
강홍규씨의 『도둑잡기』는 불신사회와 폭력을 강력히 고발하고 있다. 하숙을 하며 사법고시준비를 하고있던 젊은이는 하숙집 가정부가 집안의 돈과 물건을 훔친다는 생각을 갖고 가정부를 심문하고 매질하여 자백을 받아낸다.
가정부가 나가고 난 후 어쩌면 그녀가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음이 드러나면서 평소부터 어린 가정부를 무턱대고 의심하려하지 않고 이해도 필요하다고 말해왔던 교직자인 하숙집 주인으로부터 법을 담당할 자격이 있느냐는 질책을 듣고 시험을 포기한다. 우유부단한 회사원이 된 그는 술집마담이 된 옛 가정부를 만난다.
박완서씨의 『엄마의 말뚝②』는 연작 자전적 소설. 가족관계를 다루는 낯익은 소재를 통해 보편적인 삶의 일면을 명쾌하게 썼다.
이광복씨의 『지하실의 닭』은 가난한 일가의 모습이 뼈저리게 드려난다. 지하실에 세든 삽화가 일가는 낮에도 불을 켜고 살아야한다. 어줍잖은 그림 값으로 먹고사는 그들의 모습이 삽화가는 마치 불을 밝힌 닭장 속에 사육되는 닭과 같다고 생각한다. <도움말 주신 분="김윤직·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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