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지금 아파트 분양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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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방 아파트 분양 시장이 달아오른다. 수도권은 전철개통 등의 호재가 있는 남부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에서 잠잠한 편이다.

하지만 부산.대구.광주.제주 등에선 청약열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동안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선 경기 영향으로 30평형대 이하가 인기지만 지방에선 그동안 공급이 뜸했던 40평형대가 더 잘 나간다.

대림산업이 지난 14~16일 제주시 도남동에서 청약을 받은 e편한세상(33~46평형 4백67가구)은 평균 6.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평형별로는 46평형이 가장 높은 17.1대 1이었다. 대림산업 박도업 분양소장은 "2000년 이후 제주시에서는 처음 공급되는 아파트 단지여서 수요자들이 많이 몰렸고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최근 광주시 북구 운암동 주공단지를 재건축하는 낙천대(23~45평형 1천4백90가구)의 일반 분양분(45평형 4백22가구)에 대한 청약을 받은 결과 평균 7.2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0평형대의 경우 임대아파트 등을 통해 공급이 꾸준히 이뤄졌지만 40평형대는 분양이 뜸해 중대형을 찾는 사람들이 몰렸다"고 전했다.

지난달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에 나온 한화건설의 꿈에그린(32~43평형)은 지하철 참사로 뒤숭숭한 분위기에서도 평균 5.8대1의 경쟁률에 마감됐다.

42평형이 12.9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26~28일 계약기간 중 당첨자의 81%가 계약해 초기 계약률도 높았다. 달서구 현대부동산 하용식 사장은 "이 지역에선 2년 정도 아파트공급이 없어 청약 대기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올 들어 공급이 많아진 부산도 마찬가지다. 쌍용건설이 지난달 말 사상구 엄궁동에 내놓은 쌍용스윗닷홈(25~47평형 6백7가구)은 평균 2.5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지난 7~9일 계약기간에 당첨자 모두 계약했다.

월드건설이 지난 2월 말 연제구 거제동에 분양한 월드메르디앙(33~63평형 1천1백56가구)의 경쟁률은 평균 6.7대1이었다. 쌍용건설 최세영 과장은 "지난해부터 부산에 분양이 늘고 있지만 IMF 이후 공급이 드물었기 때문에 아직은 초과수요 상태"라고 말했다.

현진종합건설이 지난달 말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에서 내놓은 현진에버빌Ⅱ(35~58평형 6백6가구)에는 2천5백여명이 청약했다. 이 지역에선 지난해 7월 현진종건이 분양한 7백20가구 외에는 몇년간 공급이 거의 없었기 때문으로 업체는 보고 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지방은 IMF 때 지역 주택건설업체들의 잇따른 부도로 전반적으로 공급이 모자라는 편"이라며 "특히 서울지역 건설업체들이 지방분양에 눈을 돌리면서 갈증이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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