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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달러짜리가 단돈 1000원 … '공짜폰 승부수' 던진 베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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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저스가 ‘사실상 공짜폰’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6월 야심 차게 내놓은 파이어폰(사진)의 극심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8일(현지시간) 199달러에 팔리고 있는 32기가바이트(GB) 파이어폰의 가격을 99센트(약 1000원)로 내린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파이어폰 생산 원가를 400달러 이상으로 추정한다. 99센트면 거저 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AT&T와 2년 약정 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이다.

아마존의 가격 인하는 애플의 아이폰6 공개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파이어폰은 올 연말까지 200만~300만 대가 팔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진열대에 놓이자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파이어폰 사용자들이 만든 웹 트래픽은 삼성 갤럭시S5의 17분의 1에 불과했다. 64GB 파이어폰은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판매 순위에서조차 53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아마존은 아직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예상에 크게 못 미친다는 데는 판매점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베저스에게 가격 인하는 새로운 전략이 아니다. 단말기를 싸게 팔고 대신 콘텐트 판매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마존의 전매특허나 마찬가지다. 파이어폰의 강점은 온라인 쇼핑 지원 기능에 있다. 이번에도 베저스는 파이어폰 판매가 늘어나 아마존 매출이 늘어나길 기대할지 모른다. 다만 휴대전화 시장의 역사는 베저스의 편이 아니다. 대대적인 가격 인하가 판매로 연결되지 못한 전례가 많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HTC와 손잡고 내놓은 이른바 ‘페이스북 폰’도 99센트까지 값을 내렸지만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아마존에는 이미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

이날 파이어폰 가격 인하 소식은 대부분의 언론에서 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애플의 아이폰6 공개 뉴스에 밀렸다. 애플은 소형 화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대형 화면을 채택한 아이폰을 선보였다. 4.7인치와 5.5인치 두 가지다. 행사장은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플린트센터.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1984년)와 아이맥(98년)을 발표한 곳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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