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난 사람들의 출구없는 고통 … 문학도 앓고 있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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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열린 제15회 중앙신인문학상 예심 장면. 왼쪽부터 심사위원을 맡은 천운영·박형서·이수형·황병승·김수이·편혜영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5회째인 중앙 신인문학상이 지난 5일 예심을 마쳤다. 지난해 미당문학상을 받은 시인 황병승씨 등 6명의 예심 위원들이 시 11명, 단편소설 13편, 문학평론 10편을 각각 본심에 올렸다.

문학작품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개인의 내면과 사회현실, 시대정신 등을 반영한다. 그런 점에서 신인문학상 응모작들은 지금 한국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종의 가늠자다.

 심사위원들은 “글쓰기 수준과 작품 완성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답답한 사회 현실의 반영인 듯 어두운 분위기의 응모작이 많았다”고 평했다.

 생년 정보를 제공한 응모자들의 나이를 분석한 결과 시 응모자들의 평균 나이는 39.4세로 소설 응모자 평균 34.8세보다 3살 이상 많았다. 40∼50대 중장년층이 나름의 인생경험을 소화해 표출하는 창구로 상대적으로 공력이 많이 드는 소설보다 시를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 응모자군(群)은 20대=응모작 전체를 집계·분석한 결과 올해 소설은 841명이 978편을 응모했다. 두 편 이상 복수 작품 응모자가 많아서다. 9편까지 응모한 사람도 있었다.

‘복수 응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심사를 한 소설가 편혜영씨는 “여러 편을 낼 경우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 그나마 괜찮은 작품들의 인상마저 흐릴 수 있다”고 평했다. 정선(精選)한 최고의 한 편을 내는 게 낫다는 얘기다.

 시는 716명이 4534편을, 평론은 23명이 28편을 응모했다. 생년 정보를 밝힌 소설 응모자 744명 중 20대가 269명(36%)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43명(33%), 40대가 135명(18%)으로 뒤를 이었다.

 생년 정보를 밝힌 시 응모자 614명 가운데 최대 연령층 역시 20대였다. 27%에 이르는 166명이 20대다. 하지만 40대(139명, 23%)가 30대(122명, 20%)보다 많았다. 50대도 116명, 19%나 됐다. 최고령자는 1934년생, 80세였다. 응모자들의 남녀 비율은 엇비슷했다.

 ◆“소설 안에 중산층 사라져”=올해 소설 예심은 소설가 박형서·천운영·편혜영씨와 평론가 이수형씨가, 시 예심은 황병승씨와 평론가 김수이씨가 맡았다. 평론 예심은 이수형·김수이씨가 겸했다.

 김수이씨는 “삶의 불안, 존재의 불편함,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삶의 사건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는 데서 오는 곤혹스러움과 난감함 같은 것들이 묻어나는 작품이 많았다”고 평했다. 세월호 등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언급은 적거나 수준이 떨어졌다. 김씨는 “고통을 견디는 내핍의 시간을 보내거나 스스로를 추스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소설 예심평도 비슷했다. 천운영씨는 “죽음, 섹스 등을 다룬 응모작이 많았다. 고통받는 얘기가 많아 읽기 힘들 정도였다. 아마 경제적, 정신적으로 괴로운 사람들이 주로 소설을 쓰려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수형씨는 “젊은이들의 경제적 궁핍이나 전망 없음은 이제는 하나의 경향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조건이 된 듯하다. 소설이 ‘중산층의 예술’이라는 말은 옛 얘기”라고 했다. “중산층은 TV 드라마에나 나올 뿐 소설 속 인물은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낙오자 투성이”라는 것이다.

 평론 역시 사회적 약자를 즐겨 다루는 소설가 황정은을 분석한 응모작이 4편으로 가장 많았다.

 당선작은 본지 창간기념일인 22일 전후에 발표한다.

글=신준봉·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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