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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무감각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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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물가는 비교적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류가인상의 영향을 거의 모두 흡수하고 일단 재조정된 물가체계급 혐성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공정거래법시행이후 단행되고 있는 서비스요금·음식료등 이른바 대중요금의 자율화조치에 따라 일부 가격이 유동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가격은 시장기능의 발휘, 다시 말해 수급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정상이므르 행정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가격이나 유통체계를 왜곡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뜻에서 각종 요금의 자율화초치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자율화조치는 시장에서의 자유경쟁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업자들이 사전협의한다거나 해서 부당한 값을 매기는 행위를 할때는 행정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당면한 최우선정책목표로 채택하고 있는 만큼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가격협의는 철저히 규제되어야할 것이다.
이와함께 우리가 경계해야할 것은 국민의 물가무감각증이다.
워낙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어온 체질이라 그런지, 음식값이 올랐다거나 커피값이 올랐다고 해도 그런가보다하고 심드렁하게 넘기기가 일쑤다.
쇠고기값이 오른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값이 싼 수입쇠고기는 마다하고 한우고기만을 찾는 경향도 여전하다.
물가가 오르는 시기야말로 소비자의 강력한 힘이 발휘되어야 함에도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다.
값이 오르면 서비스가 나아지든가, 품질·양이 개선되어야하나 아직 그러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소비선택기회를 활용하지 않고 부당한 이익을 올리려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단체가 활발한 활동을 벌여 시장정보룰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값을 요구하는 곳을 골라내고 있다.
소비자파워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단체에 협박전화를 건일은 무엇을 말하는가.
소비자의 힘은 약한듯 하면서도 강한 것이며 그 힘이 모아진다면 엄청난 위력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악덕업자들에게는 소비자의 뭉친 힘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존재가 아닐수 없다.
소비명단체의 가격조사에 신경질적인 반응울 보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악덕상행위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비자는 불합리한 소비를 그대로 이어감으로써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
소비자 권리의 포기는 물가상승을 방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국내물가는 7월말 현재 도가 10.7%, 소비자 11.5%가 올랐다.
지난해의 상승속도보다 상당히 무뎌진 것이지만, 이 물가상승률이 절대로 안정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선진국에서 이렇게 물가가 울랐다면 매우 심각한 사회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올해 농사가 잘되고, 원유가의 급격한 상승등이 없다면 물가는 정부가 목표한 20%선보다 더 낮게 끝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 소비자의 현명한 행동이 뒤따른다면 물가상승도를 더한층 잡아나갈 수가 있다.
물가정책도 잘 집행되어야하나 국민의 물가무감각증이 고쳐져야 할때다.
서비스와 품질향상을 외면하고 소비자의 주머니만 노리는 상행위가 있다면 소비자도 그를 외면하고 응짐해야 한다.

<의원외교의 자세>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국회휴회기간중 의원들의 외유가 자주 시비거리가 된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삼삼오오 외국여행을 하면서 얻은 견문이 과연「돈값을 하는가하고 신문들이 자주 의문을 제기한다.
그점에서 한국의 국회의윈들은 의원외교」라는 일증의「성역」을 갖고있어 다행한 편이다.
한국은 경제발전과 안전보장을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우방들의 원조나 협력에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에 정통적인 외교채널을 통한 외교활동말고도 「의원외교」라는 측면지수이 실제로 필요할 때가 많았다.
한미의원들간의 활발한 교류, 한일의원연맹의 활동은 소위「의원외교의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국민들의 「공인」을 받은 셈이었고, 미일이외의 주요국가 의원들과도 상호교류를 위한 협회나 친목단체가 많이 생겨 나름대로의 역할들을 해왔다.
올 들어서도 벌써 새국회의 의장을 비릇하여 각정당 지도급인사들의 외국나들이가 잦은게 눈에 뛴다.
정내혁국회의장, 유지송 민한당총재가 남북미주를 다녀오고 국민당의 김종철대표가 서독믈 방문중이다. 한때 주춤하던 한일의원들간의 교류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국의「의원외교」는 일찌기 박동선사건을 통해서 호된 홍역을 치른바 있다. 미국의 의회조사단이나 법무성의 조사과정에서 많은 한국국회의원들의 이름들이 미국신문에 오르내리고, 그래서 한국을 방문하여 「방성집 만찬」을 융숭하게 대접받고 또는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미국의 하원의원들이 정치적 호신을 위해서 「친한파」라는 낙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더러는 한국비판에 짐짓 앞장을 서는 작태를 서슴지 않았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는 특수사정때문에 우리 외교는 국민 모두가 동원되는 「총력외교」 였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의원들의 해외나들이가 부쩍 늘어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거의 「의원외교」 의 허상과 실상 따지고, 「의원외교의 있을바」를 다시한번 챙기고 넘어가는 것이 유익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미국이나 일본을 방문한 많은 의원들의 활동은 외교가 아니라「내교」 였다는 것을 우선 지적해야겠다. 한국의 국회의원이 미국 의회에 가서 친한파 내지 지한파 몇사람 만나고 하원외교위원장이나 국방위부장쯤 만나는 것으로 소임을 다한 것으로 알아왔다.
방미의원들의 대부분은 미국의 영향력있는 의회지도자들을 만나 한국의 입장을 설득력있게 설명하는데 신경을 쓰기보다는 자신들의「활동」이 청와대에 알려지고 선거구에 선전되도록 신문에 한줄짜리 단평으로라도 보도되는데 신경을 더 썼던게 사실이다.
유엔총회 대표로 참석하는 의원들도 때로는 텅빈 회장에서라도 이어폰을 꽂고 사진을 찍어 신문에 내고 선거구에 돌리는게 급했다.
방일의원들은 일제치하에서 익힌 일본어실력을 유일한 무기로삼아 일본의원들과「호형호제」하는 것을 자랑으로 알고 밤에는 긴자(은좌)나 아까사까(적판)의 요정에서 호기를 부리는 것으로 소임을 다한 예가 적지않았다.
그러다보니 귀국한들 변변한 보고서 하나 나올턱이 없었다. 가령 미국의 의회대표단이 극동이나 중공, 또는 중동같은 데를 방문하고 와서내는 보고서를 보면 그것은 전문가의 수준에 손색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국정에 많이들 반영이 되고 학자들의 저술에도 많이 참고되고 인용되는 것이다.
우리 국회의원들도 구습을 벗고 이제 「의원외교」 에 대한 자세를 새롭게 해야겠다.「가나가는」데만 신경쓸 것이 아니다. 해외여행이 특권비슷하던 시대도 지났으니 기왕 나라돈으로 외국여행을 할 기회가 주어지면 철저한 사전준비를 하여 귀국후에는 충실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는 것을 제도화함직도 하지 않는가.
구미일의원들이 자기 분야에 대해서 가진 지식이 전문가적인 수준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외유」를 「의원외교」라던 과거가 부끄럽기만 하다는 것을 우리의 선량들도 인정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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