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핵의 아시아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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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방생이 동북아시아 배치를 검토중인 「전역」핵무기는 재래식 전력과 「전략」핵 전력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어떤 경우에는 재래식전력을 보완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전략핵전력을 보완하는 기능을 맡는 병기체제다.
가령 전투의 발전을 수직으로 놓고 생각하면 재래식전력과 전략핵전력이 전역핵무기의 단계에서 연결이 되는 것이다.
전역핵전력중에서도 재래식 무기를 보완하는 공격무기로는 사장거리 2백km이하로 전투지역 주변에 사용되는 전역핵무기인 8인치, 1백55㎜ 핵포탄, 랜스지대지 미사일, 그리고 핵폭탄 투하 능력을 가진 전술항공기가 대종을 이룬다.
한편 재래식전력의 보완보다는 적의 정치·경제상의 주요거점을 공격하거나 적전력의 집결지점을 공격목표로 삼는 2백km이상의 공격무기가 중거리 및 장거리 전역핵전력으로 전술항공기, 퍼싱지대지탄도 미사일, 포사이던반수함발사탄도 미사일이 이 범위에 든다.
전역핵무기의 발달은 미소의 전략개념에 대폭 수정을 가했다.
미국과 소련의 본토는 핵공격을 받지 않는「성역」으로 남으면서 유럽과 아시아전역에서 중거리 이하의 전역핵전력을 사용하는 한정된 핵전쟁이 이론적으로는 가능케 된 것이다.
소련은 이미 중거리핵미사일 SS-20을 81년 현재 2백70기정도 배치완료하고 있는데, 그중 3분의 2가 나토 (NATO)를 겨냥하고, 나머지 3분의 1이 한국과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와 중공의 군사목표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그밖에도 소련은 핵폭탄을 싣고 대륙문 비행을 할 수 있는 백과이어 (TU-26의 총칭)를 1백대정도 유럽전선과 극동전선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의 중거리 전역핵무기에 대항하는 미국의 미사일은 앞으로 3년 후에나 나토기지에 배치될 예정이고, 아시아지역에는 이제야 「검토단계」에 들어갔다.
「레이건」 행정부는 아시아 비공산권의 방위, 대소포위망의 구축을 위해「레이건· 독트린」이라는 이름까지 내걸고 미군사력의 아시아 복귀와 함께 한·미·일·중공·아세안 협력체제를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전역핵전력의 아시아배치를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세안은 중립지대를 표방하고 있고 일본은「핵 알레르기의 중환자」라 미국이 실제로 전역핵무기를 배치하는 지역을 선택하는 일은 그렇게 수월치가 않을 것이다.
우선은 괌도, 한국 같은 곳의 육상기지가 아니면 잠수함을 이용한 해상기지가 고려될 것인데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소련이 누리는 전역핵전력의 압도적인 우위가 조속히 시정되는 일이다.
미소간에 전략핵무기는 균형이 잡혀있어 미소본토의 중추부가 상대의 공격에 노출되는 전역핵무기에 의한 전쟁은 상상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미소는 나토와 아시아에서 전역핵전력 증강에 착안하게 된 것인데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핵의 공백지대」로 남는 한 소련의 중거추 전역핵무기공격의 위협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국가들은 이점을 명심하여 전역핵무기 배치지역선정에 있어서 미국의 협의에 성의있게 응할 것을 촉구한다.
극동해군력을 크게 강화한 소련이전역핵무기 우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아시아지역 부안의 가장 콘 원인의 하나인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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