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교단 무인가 신학교 정비조치 놓고 찬반 엇갈려 내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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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독교계는 문교당국의 「무인가신학교정비조치」를 둘러싸고 이를 적극 지지하는 기존 인가신학교측과 전면 거부하는 교단측의 견해가 엇갈려 진통을 겪고 있다. 이 같은 교계내부의 상반된 태도는 지난달 하순 감리교신학대학을 비롯한 10개 신학대학장들이 연명으로 무인가신학교정비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부터 밖으로 공식 표출됐다. 『당국의 무인가 신학교 정비정책은 원천적인 면에서 교회의 장래와 신학교육의 자질향상을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제한 이 성명서는 신학교정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군소교단의 교역자 양성문제를 해결키 위해 『인가 신학대학들이 군소교단의 목회자 지망생을 적극 받아들여 위탁교육에 응할 것』을 제의하고 나섰다.
이 성명서는 또 ▲문교부는 교계지도자·당사자·신학대협의회 등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것 ▲당국은 이번 무인가 신학교 정비를 계기로 적극적인 신학교육 육성책을 취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성명서에 연명한 대학은 감리교신학대·장노회신학대·한국신학대·목원대·삼육대·서울신학대·한국침례교신학대·강남사회복지학교·성미가엘신학원·그리스도신학대 등이다.
신학대측의 이 같은 움직임은 거부성명발표(6월25일)-반대기도회(6월28일)-공개질의(7월3일) 등으로 당국의 조치에 강경한 반발을 보이면서 『결코 신학교육은 중단할 수 없다』고 선언했던 기독교대책협의회의 태도에 맞서는 것으로 교계는 분석하고 있다.
신학교의 존립기반이 교단을 배경으로 하고있고 기독교종립학교에 미치는 교단의 현실적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에 교계 내부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문교당국이 7개 신학교를 새로 인가하고 1백10개 무인가신학교를 폐교조치한 신학교정비(6월23일)는 1년 가까운 당국과 교계측의 힘겨운 줄다리기 끝에 내려진 난산의 조치였다. 이 조치로 정비 후의 기독교 신학교는 기존인가신학교 27개와 새로 인가된 7개 신학교를 합해 모두 34개교가 됐다.
이 정도의 신학교면 6백만 신자의 교세를 가진 개신교의 목회자양서은 충분할 수 있다는 극히 상식논적인 견해가 그 조치의 배경이지만 교계의 사정은 전혀 달라 교파의 생존과 직결되는 신학교문제를 상식선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부닥쳤다.
정비 전 60여개의 신학교가 인가신청을 냈던 사실이 반영하듯 신학교는 같은 교단 안에서도 수없이 분파 돼있는 교파주의적인 한국교회에서는 교세확장이나 교파존립의 절대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사활의 이해가 걸린 신학교문제가 소망대로 해결되지 못하자 정통교단을 자처하는 개신교 19개 교단은 대책협의회를 통해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하면서 「폐교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밝혔고 『지나친 신학교정비가 교단발전을 저해하고 진정한 종교자유를 계약하는 것이 아닌가』 등 10개 항의 내용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작성, 각계 요로에 보내고 종교지에 광고했다.
또 이 질의서는 교단운영 신학교는 교단존폐와 직결되므로 절대 폐교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대책협의회는 ▲NCC가맹교단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정통교단인 기독교대한복음교회의 신학교를 폐교할 것 ▲교단배경이 전혀 없는 아시아연합신학원의 인가 등을 신학교 정비조치의 단적인 모순으로 지적하면서 거교단적인 시정촉구대책을 강구하던 중 뜻밖의 신학교측 「지지성명」이라는 난감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교단측이 「사과성명」을 낼 것 등을 종용하면서 계속 압력을 넣고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학교측의 지지성명은 자칫하면 기독교계의 진통을 넘어선 내분의 불협화음으로까지 발전될 우려도 없지 않다.
일부 신학교의 추가인가가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무인가신학교정비조치는 일단 대단원의 막을 내렸고 그 후유증이 교계내부에서 한바탕 소용돌이 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신학교정비는 대원칙을 부인하지 않는 교단측이나 부분적인 시정의 여지가 없지만도 않은 당국의 조치개선이 조화된 가운데 일반국민의 상식선도 고려되면서 원만히 후유증을 치유해야 할 것 같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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