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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라남도 해남 두륜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광주에서 2백50여 리, 염암아리랑과 해남아가씨 노래를 들으면서 강진군 성전을 거쳐 소의 무릎과 같이 생겼다는 우술재를 넘어서면 해남 땅이다. 해남읍에서 동남쪽으로 삼산천을 끼고 12km, 15분 정도 달리면 구곡구교로 이어지는 수림터널 2km로 접어든다.
주차장에 내리면 시인 이동주씨의 『강강수월래』를 새긴 시비가 나그네를 맞아주고 하늘이 안 보이는 솔길을 따라서 올라가면 피안교, 다시 일주문, 부도전-심진교, 침계루, 대웅전, 응진전, 응진전 앞 3층 석탑, 천불전-무염지, 서산대사 유물전시관, 표층사-일지암, 북암, 북암마애여래불, 천년수, 만일암터, 두륜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수해 속에 두터운 동백 잎이 여름햇살을 받아 유난히 반짝인다.
백제 성왕 24년(서기546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이 절은 창건이후 지금까지 커다란 피해를 보지 않은 사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사찰문화재 치고 임진왜란의 피해를 안본 곳이 드물고 그 후에 6·25의 전화를 안 입은 곳이 드무나 이곳만은 일찍이 서산대사의 유언대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다.
두륜산은 높이 7백3m의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나 사람은 고사하고 짐승도 못빠져 다닐 정도로 수림이 울창하여 산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나무로 보일 정도이며 물이 맑고 시원하여 세월을 잊을 것 같은 곳이다.
부도전에서 여승들이 사는 청신암 쪽으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개울의 피서를 즐길 수 있고, 진불암을 거쳐 다인으로 유명한 초의선사가 계시던 일지암에 들러서 용운 스님과 향긋한 대흥사의 선다로 인생의 오미를 느껴봄도 좋으리라.
두륜산 정상에는 천연으로 된 구름다리가 걸쳐있고 그 아래로 구름이 넘나들며 서쪽으로는 대흥사 전경이·진도·목포·옥매산이, 동과 남으로는 완도와 그 부속도서·다도해의 섬들이 넓은 정원의 수석처럼 아름답고 조용하기만 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해남읍 못 미쳐 오른편 비자나무골 연동에 있는 고산 윤선도의 선우당과 윤선도 시비에 새겨진 어부사시사를 읊조리는 멋도 괜찮을 것 같다. 윤고산도 이 길을 거닐면서 산중신곡을 지었으며 그 유명한 오우가도 지었으니 말이다.
『내 벗이 몇이라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동산에 달 돋으니 그 더욱 반갑고야/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야 머엇하리』
교통편은 서울∼광주간은 기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하고 광주∼해남간은 해남행·완도행이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2시간 소요에 1천4백20원, 대흥사까지 직행은 하루 5회 운행에 1천6백원, 해남∼대흥사간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18분 소요에 3백원, 택시는 10분 소요에 3천원.
숙박은 대흥사 입구에 안흥·광주·유선·제비 등의 여관과 여인숙, 기타 유흥음식 시절이 풍부하여 전혀 불편함이 없다. 기념품으로는 녹차와 옥매산의 옥석(질이 무르고 무늬가 고운 납석)으로 만든 각종 공예품을 싼값에 구할 수 있다. 박현<한국관광안내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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