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계에 「공포증」 번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언론계에 소련첩보기관 KGB(국가안보위원회)의 스파이가 숨어들어 역정보 활동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미국정계와 언론계 한구석에선 이 같은 「공포증」이 고개를 들고있다. 역타보란 정통적인 첩보행위, 즉 정보수집활동과 대칭되는 것으로, 상대방에 불리한 거짓경보를 꾸며내 퍼뜨리는 활동을 말한다.
정보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20여년동안 KGB는 공개적인 반미선전활동의 보조수단으로 비밀리에 끈질긴 역정보 작전을 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역정보 활동엔 ▲반미출판물을 지원하고 ▲미국에 불리한 소문을 퍼뜨리거나 ▲아예 문서를 위조해 유포시키는 것 등이 포함된다.
그 중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은 제3세계에 미국의 「음험한」속셈을 보여주기 위한 증거문서들의 조작이다. 공작의 대상은 중동·아프리카·중남미국가들의 지도층 및 지식인과 일반대중. 이들에겐 CIA가 정권전복을 꾀하고 있다느니(중남미), 이스라엘에 대해 비밀리에 전폭적 지지를 약속했다느니(중동), 지도자 암살을 기도한다는 식의 역정보가 그럴듯한 증빙자료와 함께 주입된다.
물론 반응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수카르노」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암살기도 운운하는 소련측 정보에 넘어갔으나「사다트」이집트대통령은 귓등으로 흘려버린채 미국과 유대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제3세계 국민의 많은 수가 이러한 역정보 때문에 미국을 더욱 싫어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역정보에서 제시되는 증빙자료들은 미국무성전문·CIA 내부메모·미군기밀문서·NATO 연락서신 등 그럴듯한 것들이다. KGB 요원들이 진짜의 견본을 입수하면 위조전문가들은 활자체·지질까지 하나도 틀림없는 감쪽같은 가짜 서류를 만들어낸다.
완성된 「기밀문서」들은 공산당과 직접관계는 없지만 협조적인 언론출판매체를 통해 「폭로」되고 KGB는 다시 이것을 복사해 제3세계 곳곳에 배포한다.
미국 안에서도 이 같은 활동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게 일부의 우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설령 언론계 일부에 KGB의 첩자나 동조자가 숨어있다 해도 제3세계에서와 같은 역정보는 미국 언론의 성질과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