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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 -주부 이자원 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일본의 다도는 선에 가까운 경지로 발전돼 너무 격식을 따지더군요. 다 생활의 자세는 본 받을 만했습니다.』
지난 5월 다생활을 아끼는 몇몇 동호인들과 함께 「일본 다도의 현주소」를 보고 온 이자원 여사(53)의 말이다.
일본 다인들의 주택 어느 한곳에는 반듯이 다실을 마련,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차를 손님에게 대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2년 전부터 커피 대신 우리 고유의 전다를 가족과 함께 즐기고 있는 이씨는 손님 접대 시는 깨 다식도 곁들여 내 놓고 있다.
검은깨를 볶아서 껍질을 벗기고 가루를 만들어 꿀에다 반죽해서 다식판에 찍어 다식을 만든다.
차를 마실 때는 그 계절의 꽃 한 송이라도 꽃꽂이해서 분위기를 가꾸는 것이 소중하다면서 다생활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정성」과 「고요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차를 끓이는데는 물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차에 관한 고전인 육우의 『다경』이나 우리나라 초의선수의 『다신전』에도 차는 물의 신이며 물은 차의 체라고 말했다.
예부터 물은 산수를 으뜸으로 쳤으며 강심수를 다음으로, 우물물을 그 다음으로 꼽았다. 산수라 하더라도 폭포수처럼 쏟아지거나 급히 떨어지는 물이 아니라 바위틈에서 졸졸 흐르는 물이 좋다. 물 하나를 고르는데도 선인들은 조용함을 귀하게 여겼던 것.
이씨는 오늘날의 다 생활은 수돗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좀더 정성을 드려 질그릇 같은데 수돗물을 받아서 삼베로 덮어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 놓아 하룻밤쯤 지나면 소독 냄새가 가시기 때문에 좋다고 했다.
물도 아무렇게나 끓이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물을 끊이면 으례 게(해) 눈, 새우 눈처럼 기포를 내면서 요란하게 소리를 내다가 갑자기 조용해진다. 이때를 결숙이라고 한다.
이때 탕관을 불에서 들어 내 대나무로 만든 받침대에 옮겨 놓고 2∼3분 지나면 물의 움직임이 끝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때를 경숙이라고 부르며 매우 물이 잘 끓어 이른바 뜸이 든 상태.
차를 넣는 순서도 계절에 따라 다르다. 겨울에는 다호에 차를 먼저 넣고 탕을 다음에 따르며, 봄과 가을에는 탕을 조금 따른 뒤 차를 넣고 그 위에 다시 탕을 따른다. 여름에는 탕을 먼저 따르고 그 위에 차를 넣는 상투법을 쓴다.
차를 마실 때는 손님이 3∼4명인 때가 좋다. 너무 사람이 많으면 자연히 시끄러워지고 차를 대접하는 주인도 신경이 너무 쓰이기 때문이다.
이여사는 다생활을 하는 동안 다기에 깃든 아름다움에 끌려 찻잔과 주전자 등을 모으는 취미까지 생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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