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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여성들의 벗이 되어…|사법고시 여생합격자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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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해의 3명에 이어 올 사법시험에도 2명의 여성이 합격, 여성불모지나 다름없던 법조계에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21일 하오2시 여의도 여성백인회관6층 강당에는 제22, 23회 사법시험 여성합격자 5명을 위한 조촐한 축하모임이 열려 눈길을 모았다.
김덕지 임숙경 조배숙(제22회) 강금실 황덕남(제23회)양이 이날의 자랑스런 주인공들.
이 모임을 마련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이태영 소장은 어리고 약한 몸으로 어려운 관문을 뚫은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이 땅의 번민하는 이웃. 고통받는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싸워줄 것』을 당부했다.
김덕현양(한양대 법대출신)을 빼놓고는 모두 서울대법대 동창이기도한 이들 5명은. 이 자리에 참석한 이영애 판사(제13회·서울형사지방법원) 이선희 판사(제20회·서울가정법원) 김영란양(제20회·사법연수원생)등 선배들의『마음 든든하다』는 인사를 받고『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영씨는 책·앨범과 함께 가정법률상담소 마크가 새겨져 있는 목걸이와 반지를 이들 5명에게 전달했다.
지난해에 합격했지만 학업관계로 올9월에야 연수원에 입학한다는 김덕현양(24)은 여성으로 가정생활을 양립하려면 아무래도 변호사 쪽이 좋을 것 같다고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임숙경양(29)은『일단은 판사로 시작하겠지만 직업적인 타성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반 대중들과 끊임없는 접촉을 갖고 싶다』고 말한다.
광주가 고향인 임양은『객관적 안목을 키우기 위해 틈만 나면 여행을 즐긴다』고.『아직은 탐색 단계지만 여성들을 위해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 무료변론과 법 계몽쪽에 눈을 돌릴 생각입니다.』조배숙양(26)의 포부다.
『학교시절 생각했던 것과 합격한 후 몇 주일동안 느낀 것이 너무나 달라 합격의 기쁨보다는 오히려 막막하다』고 털어놓는 황덕남양(25)은 2남4녀중 막내딸. 법조계진출을 희망하는 여성후배들과 유대를 가져 이들을 돕고싶다는 생각이다.
강금실양(25)은『합격한지 얼마 되지 않아 뚜렷한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 축하 받기보다는 여러 선배를 뵙고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얘기한다.
우리나라의 여성법조인은 사망한 황윤석씨(고등입시3회)를 포함해 모두 14명. 이날 모인 9명 외에 판사로 재직중인 전효숙씨(제17화·서울형사지방법원)·전수안씨(제18회·서울민사지방법원)가 있으며 제12회에 나란히 합격한 황산성씨와 강기원씨는 각각 국회의원과 재미 유학중이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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