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피형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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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서 떼인돈을 찾기위해 미국까지 갔던 채권자가 미경찰에 체포되어 기소된 사실이 알려졌다. 현지교포사회에 던진 충격도 충격이지만 해외문호를 활짝 개방한 새로운 정부정책에도 하나의 문제점을 제기하고있다.
동기자체야 어쨌건 폭력배를 고용하고 권총으로 위협해서 채무자를 납치한 행위는 분명히 미국의 법률을 어긴 행위다. 정상은 참작될수 있어도 그것이 범법행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남에게 못할짓을 하고 외국으로 도망만가면 된다는 이른바「번개출국」의 수법이 횡행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납치극을 벌인 채권자보다 그런 행위를 유발케한 채무자에 대한불쾌감부터 앞서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심경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미국에까지 쫓아가서 그런일을 저질렀을까.
『한탕하고 국제선을 타라.』이것이 지금까지 저질러지고있는 국제도피형 범죄수법이다.
여권수속이 간편해지면 이런 자들이 활개치기는 더욱 쉬워진다. 복잡한 이주수속을 밟지않더라도 상용여권으로도 출국은 할수 있으니까 한층 통제는 어려워진다.
이렇게해서 도망친자들의 행선지는 대개 미국이다. 이런 어글리 코리언들중에는 전혀 일을 않고 숨어 살면서 영화를 누리는 부류도 있고, 미국에 온지 며칠안돼 수십만달러짜리 집을사고 거액을 들여 호텔·모텔등 비교적 안전한 사업체를 사서 운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우리는 미국과 「범죄인인도협정」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간에는 95년전에 이런 협정을 맺은 일이있고 유럽이나 중남미의 우호국간에도 유행한적이 있으나 국제관행으로 확립된 것은 아니다.
이런 협정자체가 주권의 제약을 의미할수도있고 잘못운영하면「정치범불인도의 윈칙」이나 인도주의에 어긋난다하여 물의가 생길 소지도 있다.
더우기 미국은 국가형성의 과정으로 보아 외국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관대한 나라다. 정당한 수속절차를 밟아 입국해서 세금을 내고 사는 이상 그들을 보호할 책임을 지는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미국적논리인 것이다.
모든 협정이 마찬가지지만 범죄인인도의 경우도 쌍무적인 것이다. 미국에서 비슷한 범죄 저지르고 우리나라에 도망오는 사람이 우리처럼 많지않은 이상 이런 협정이 체결될 희망은 없는 것같다.
인더폴 (국제경찰) 이나 영사관의 수사서류교환등의 방법은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일수는 없다.
따라서 이같은 범죄를 막는 길은 하나뿐이다. 범인이 국외탈출을 못하도록 절저히 봉쇄하는 것이다. 해외이주의 경우는 채무자의 신고만으로 출국정지를 시킬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않은경우 출국을 못하게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정부의 대담한 해외문호개방정책으로 국외도피형 범죄도 늘어나겠지만 빚을 받으려 뒤쫓아가기도 쉬워졌다.
여기서 이번 사건과 같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빚을 받으려다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는 사건이 빈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때마침 워싱턴 포스트지는 미국의 한국 학생들이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명문대 진학률이 높고 대통령 장학생만해도 3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대부분의 교포들이 이처럼 열심히, 대견스립게, 좋은 의미로는 「제2의 유대인」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살아가는 한편에서 빚다툼이나 하는 어글리코리언들도 있다는 것은 부끄럽다.
뉴욕에서 일어난 납치극과 같은 나라망신을 시키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적이고 원천적인 대책을 강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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