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동상 비문 논쟁 4년만에 29자를 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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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북 경주시 충효동 김유신 장군 묘(사적 제21호)에 있는 동상 비문을 둘러싸고 4년 동안 지속된 논쟁이 일단락 됐다.
경주시는 13일 문공부의 승인을 얻어 이 동상의 비문 중 「중풍」운운 등 6개 구절 29자를 바꾸었다.
이 동상의 비문이 후손과 일부 인사들에 의해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은 지난 77년9월 이 동상이 제막되던 때부터.
노산 이은상씨가 쓴 비문 「고구려 정벌」부분 가운데 『몸이 불행히 중풍으로 눕게 되자』 등 몇개 구절이 장군의 본래 모습과 다르다고 후손들이 지적하고 나섰다.
김해 김씨·허씨 모임인 경주시·월성군 가락종친구락부(회장 김세환)를 중심으로 한 후손들은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장군이 중풍에 걸렸을 리가 없다』고 주장, 이씨에게 고쳐 달라고 요구했다.
후손들은 또 『가족도 만날 사이가 없이…』라는 역시 『가족도 만나지 아니하고』라는 적극적인 표현으로 고쳐져야 하며 장군의 직위가 「태대각간」(현재의 국무총리 격)까지 올랐는데도 이 비문에는 그보다 낮은 「서발한」이란 직위로 표기된 것은 오류라고 말했다.
후손들은 이밖에도 ▲장군이 당군과 함께 삼국을 통일한 뒤 당군을 격퇴했으나 이 부분이 비문에 누락됐고 ▲글쓴이의 설명과 본관은 비문의 끝 부분에 기재해야 하는데도 비문 앞부분에 아호만 기재하는 것은 장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씨는 「중풍」 등은 사기에 따라 사실대로 쓴 것에 불과하며 굳이 고친다면 「노환」으로 고쳐 주겠다고 양해했었다.
그러나 후손들은 「중풍」이나 「노환」은 마찬가지이므로 『왕이 마음놓고 친정할 수 있도록』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 문공부 등 관계기관에 진정했다.
지난 4년 동안 관계자들 사이에 논의를 거듭했던 개각 문제는 이씨의 동의를 얻어 지난달 18일 문공부가 경주시에 이를 고쳐도 좋다고 승낙함으로써 일단락 됐다.
개각 작업은 당초 경주시 예산으로 실시키로 했으나 김성락씨 등 후손 11명이 경비를 부담하고 원래 조각자 김만술씨가 무료로 봉사하겠다고 나서 당초 필적대로 철각 29자를 고치게 됐다. <정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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