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 많지만 자질 유지가 문제 사시합격 「양산」이후를 내다보는 조야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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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부터 사법시험 합격자를 3백 명 선으로 대폭 늘린 데 대해 재조 및 재야 법조계에는 갖가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법조 인구의 대폭확장이 침체됐던 법조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가하면 양적 팽창에 따른 질의 변화, 법원 및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이들의 교육을 맡은 사법연수원은 교수요원·시설·예산 등 수용태세 미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69년부터 해마다 평균 77명을 사법시험에 합격시켜왔으나 법조 인구 저변확대 및 판·검사 수급 적정을 목적으로 81년부터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3백 명 선으로 무려 3.7배나 대폭 늘리기로 해 7일 2백89명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금년도 사법시험 합격자 경쟁률은 27.6대 1이었으며 지난해는 34.5대 1이었다(일본은 40∼60대 1).

<법원·검찰>
이제까지 희소가치가 강조되어 왔던 만큼 「수의 확대」가 「질의 저하」로 잘못 인식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 형사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시험 합격자가 매년 3백 명씩 배출되면 85년까지 현재의 판·검사 부족 현상은 완전 해소되겠지만 법조인의 대량생산이 「법조계의 질적 저하」로 인식될 경우 사법부와 판결 자체에 대한 권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 판사는 변호사가 늘어날 경우 법관의 진로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법관은 자연히 현직에 미련을 갖게되고 이에 따라 「소신 있는 판결」의 기대치가 낮아질 위험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사법시험 합격자 중 검사 지망자가 줄어드는 경향이었으나 앞으로는 유능한 사람을 선택, 임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K검사는 앞으로 변호사를 겨냥한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법관 선호경향이 바뀌어 검사 지망생이 많아질 수도 있으나 이것이 「엘리트의 비 엘리트화」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
재야에서는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3∼4년 이내에 기존 변호사 업무의 양상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K변호사는 그동안 우리나라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너무 높고 보수가 높았었다고 말하고 앞으로 사건 수임을 둘러싸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변호사 업무영역을 넓혀 사법서사 화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변호사의 대중화가 이뤄져 서민들에게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되겠지만 아직 법의 생활화가 되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으로는 수요가 공급을 감당하지 못해 혼란과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P변호사는 미국의 「케네디」 행정부에는 공무원 아닌 고문 변호사가 3만5천 명이 있었다며 우리나라 국가기관과 기업체 등에 어느 정도의 변호사 진출이 가능할 것인지도 문제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앞으로 세무특허 등 분야별로 변호사의 전문화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종합병원처럼 「로폼」(법률회사)형태의 개업이 두드려질 것이라고 보고있다.

<사법연수원>
9월부터 당장 현재의 2배가 넘는 연수생을 맞게 될 사법연수원(원장 조언)이 가장 골머리를 앓고있다.
연수원 관계자는 대량 합격에 따른 일반의 질 저하 우려를 없애기 위해 우선 지금까지의 판·검사 양성을 위한 교과 과정을 전면 수정, 지금까지는 판·검사와 변호사 실무수습만 하던 것을 국세 심판소·특허청·법제처 등 유관기관 실습(1개월)을 추가했다.
현재 4개의 강의실로는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법원 신관 옥상의 법원 창고를 대형 강의실로 개조할 방침이지만 당장 합격자 3백 명을 한자리에 모을 강의실이 법원 안에는 한 군데도 없다.
또 시험을 한번 치르려해도 출제·채점 등에 5백만 원이나 들게 돼 별도의 예산 지원이 없으면 금년 안으로는 시험이 불가능하다.
교과과정 개편에 따른 교재를 새로 만들어 놓았지만 인쇄비가 없어 발간하지 못하고 있다. <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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