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 간첩 침투 철저 경계할 때"|임진강 침투간첩 사살 계기로 살펴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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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녹음기를 경계하라』
간첩 침투 시기는 계절에 관계없다. 1년 내내 전천후로 자행되어 온 것으로, 특히 녹음기를 경계해야 할 이유는 이 시기에 일단 잠입에 성공하면 은신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대 간첩대책 본부가 6일 하오 발표한 임진강 침투 간첩 사살은 북괴에 의해 올 들어 첫 번째로 기도된 무장간첩 직접 침투사건으로 녹음기에다 폭우 때문에 강물이 불어난 점을 십분 활용, 수중 잠입하려던 것이었다.
간첩침투 사상 녹음기를 이용한 것은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작년 6월 충남서산 앞 바다에 나타났던 북괴 무장간첩선 침투사건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종래에는 3인조 정도 승선의 소형보트를 이용해 직접 침투를 시도했으나 당시에는 6∼7t급이 되는 선박에 1개 분대 병력수요인 10명을 태우고 침투를 노린 것으로 전례 없이 대담해졌고 대형화됐음을 입증해 주었다.
더욱이 대개의 간첩이 안개가 끼거나 어두운 밤을 타 해안선으로 침투해온 양상과는 달리 한낮에 상륙을 시도했다는 점이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번 임진강 무장간첩은 강우량이 많음을 이용, 유속 4m(초속)로 빠른 수로를 따라 부유물을 위장해 침투한 것이 특징이다.
북괴는 한국전쟁이 끝나 휴전이 협정된 53년부터 작년까지 무장간첩을 자그마치 2천5백50여 회에 걸쳐 침투시켰다.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총 침투 인원은 무려 9천1백여 명에 달하고 군·경·예비군에 의해 사살되거나 검거된 무장간첩만도 6천여 명, 2개 연대 병력과 맞먹는다. 간첩선 침투는 작년까지 그 횟수가 5백42회에 침투인원은 1천6백24명에 이른다. 격침된 간첩선은 22척이고 이같이 해상침투를 기도하다 사살된 무장간첩은 2백66명, 사로잡힌 간첩은 56명에 간첩선 16척이 노획됐다.
연도별로 보면 세계적으로 오일 쇼크가 났던 73년이 최고기록 6백60명이 검거 또는 사살됐고 77년에만 14명을 기록해 가장 적었다.
올 들어서는 21명이 검거되거나 사살됐다.
최근 침투 경향은 지상 침투를 억제하는 대신 해상 및 수중침투와 일본 등 제3국 우회 침투를 강화하고 기구를 이용한 공중 침투를 획책하고 있다.
북괴는 해상 침투를 위해 공작선의 고성능화와 수중 잠행 동력보트를 개발했으며 개펄·강펄을 이용한 침투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밖에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전방 철책을 끊고 잠입하는 방법도 연구 개발하고있다.
특히 수중잠행 보트는 다른 형태의 침투방법과는 달리 발견되지 않고 쉽게 상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해안선을 지키는 군경과 국민들에 새로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괴는 작년 11월 전남 완도군 횡간도와 남해도 침투 때 수중잠행 보트로 상륙을 기도하다 군·관·민의 협동작전에 좌절되고 말았다.
지난해부터 북괴는 대남 침투를 위한 특수부대 훈련을 더욱 강화하고 AN2 경비행기를 증강하는 한편 소형잠수함 개발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어 날이 갈수록 남파간첩은 많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임진강 침투 간첩은 직접 침투로는 올해 첫 번째 시도이나 한번 도발하면 낮 밤 없이 잇달아 무장간첩을 남파하는 것이 북괴의 수법인 만큼 녹음기를 맞아 한층 경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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