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수해」왜 못 막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장마초입부터 수방은 허를 찔렀다.
서울 영등포일대와 수도권인 광명시룰 물바다로 만든 수마의 피해는 충분히 예상됐던 것으로 미리 대비만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수해였다.
1일 밤 내린 폭우로 침수된 지역이 모두 안양천을 끼고 있거나 안양천과 이어지는 지천을 끼고있는 저지대로 언제나 연례행사처럼 수해를 겪는 취약지구다.
수마가 수도권을 할퀼 때마다 지적돼온 ▲소홀한 하천정비 ▲하수처리시설미비 등 고질적인 문제점이 다시 들춰지고 만 것이다.
수해가 심한 영등포일대 저지대는 거주지역과 하천바닥의 높이가 비슷하다.
따라서 비가 조금만 내려도 하천수위가 내수면(내수면)보다 높아져 배수가 되지 않는 상태여서 내수에 의한 침수를 빚기 마련.
이곳은 서울시가 정한 상습침수지구로 하수도시설물과 배수지펌프장의 시설이 낡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서울시가 수해를 예상한 곳은 모두 17곳으로 내수침수 14곳(침수예상 가옥 2천6백22채), 외수침수 3곳(7백23채)등이며 침수예상 가옥은 3천3백55채, 예상 이재민은 1만7천4백 명.
이 같은 수해를 예상하면서도 예산부족을 내세워 시설개수를 외면, 해마다 똑같은 수해를 앉아서 당하고 있다.
결국 수해의 원인·피해정도까지를 예측해 놓고도 예방대책을 소홀히 해 화를 당하고 만 셈이다.
피해가 심한 구로 5동과 신정·독산동 일대는 도로배수시설이 나쁘고 주택가 하수시설이 불량한 곳이다. 이들 지역은 안양천 도림천 오류천 등을 끼고 있어 이 하천을 체대로 준설 정비치 않을 경우 집중폭우 때 큰 참화를 면할 수 없는 곳이다.
77년7월 안양천의 범람으로 빚은 수해의 참상이 생생한데도 4년이 지나도록 하수도시설은 여전히 허술하고 하천은 정비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있다.
특히 3백30여 가구가 침수된 광명시의 경우 시로 승격한지 하루만에 당한 수해로 도시정비의 틀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겉모양만 번드레하게 해놓은 치장행정의 실상을 그대로 나타냈다.
서울시가 마련한 수방 계획에서는 위험축대는 6곳밖에 없는 것으로 돼있으나 1일밤 비로 신사동 개나리연립주택 축대 등 7곳의 축대가 무너졌다.
남대문·광화문 등 도심지하도와 여의도 5·16광장 등 37곳이 상습침수지역으로 비만 오면 통행이 막히는 등 불편을 겪는데도 아무런 손을 쓰지 않고 있다.
해마다 겪는 이 같은 수해를 막기 위해서는 도로 등 도시의 상부구조보다 하수시설 등 하부구조가 건실해야하며 이 두 구조가 유기적인 기능을 발휘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의 경우 매년 5천억 엔을 하수도건설에 투자하고있는 실정이며 파리의 경우도 1830년대에 건설한 하수관거 속으로 트럭이 드나들며 준설을 하고 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두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