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방송통신고 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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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모군(18)은 방송통신고의 중간탈락자. 중학교만 졸업한 채 고향인 경기도 여주에서 상경, 영등포의 한 공예점 점원으로 취직했다. 방송통신고를 들어간 것은 작년. 배워두면 나중에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돈벌며 배운다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하루종일의 가게 일로 오는 피로도 있었고, 같은 점원들의 눈을 피해 공부하자니 더욱 어려웠지만 새벽 일찍 잠자리를 빠져 나와 상점 한구석에서 라디오를 들었다. 그러나 보다 문제는 한 달에 두번 있는 출석수업. 쉬는 날과 수업 일이 맞지 않으면 학교를 갈 수 없었다. 주인에게 사정을 말하려다, 어렵게 얻은 일자리마저 잃을 것 같아 망실이기도 서너 차례-. 결국 김군은 고민의 갈림길에서 1학년 말 때 학업을 포기했다.

<재학생 3만3천명>
재학생은 지난 4월 현재 전국 42개교에 3만2천6백83명. 50세 이상의「만학」도 있지만 연령별로는 10대가 63.4%로 주류를 이룬다.
방송통신고의 가장 큰 고민은 앞서 김군의 경우와 비슷한 사정으로 탈락자가 많다는 것. 첫해인 74년 5천7백94명의 입학생 가운데 46%인 2천6백80명만이 졸업했다.
78년에는 41%, 79년 52%, 80년 52%, 81년 57%로 졸업률이 증가경향을 보이나 탈락률은 아직도 반에 가깝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전국 1천5백 명의 통신고교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에서의 협조는「그저 그렇다」33.4%, 「안 한다」12%에「협조한다」는 18%로 나타났다.
강의내용은「이해하기 어렵다」가 64.4%로 대부분의 학생이 힘겹게 교과과정을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재 방통고교가 이용하는 방송은 KBS의 FM, MBC와 CBS의 AM망 셋. 시간대는 1학년이 새벽 5시∼5시반 2·3학년이 밤 10시∼11시가 보통이지만 춘천·포항 등 일부지역에서는 자정이 넘어야 방송교육이 시작된다. 여기에 방송시간은 15분씩 하루 두 과목 30분. 물론 재방도 없다. 학생들은 정규교육의 2∼3배로 빠르게 진행되는 교과를 따라가기가 힘겹다.
결과는 앞서 조사에서「아침은 이르고 밤은 늦은 편인데다 방송시간이 적다」는 불만이 55.2%에다「강의내용을 90%이상 청취」하는 학생은 12.8%에 불과하다는 허점을 드러냈다.
방송에는 골든아워가 있는 법. 민방의 경우 좋은 시간대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애로였다. 그래서「독립된 교육방송채널의 확보」는 방통고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그러나 한국교육개발원의 한 관계자는『올해만도 방송국에 지급해야 할 전파료 등이 4억6천만 원에 달합니다. 더구나 해마다 오르는 전파사용료 부담만으로도 힘에 부친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수업의 불충실로 이래저래 떨어지는 것은 학생들의 학력수준. 서울 Y방통고 최모교사는『학생들의 수업태도는 대단히 진지합니다. 교사들도 정규학생들과는 다른 사명감을 갖고 수업에 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진지함과 사명감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최교사는 강조한다. 한 예로 방통고는 졸업에 앞서 학력인정고사를 치르고 합격자에게만 졸업장을 준다. 합격률은 높아 90%선-. 그러나 과연 정규학교졸업생과 동등한 실력을 갖추게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음을 대부분의 교사들은 인정한다고 했다.

<별도의 방송채널을>
방통고교를 운영하는 학교에도 개선점은 있다. 한 달에 두번 출석수업 일에는 정규교사가 나와 평균 4시간 정도의 수업을 맡는다. 시간 당 3천원의 수당. 정규학교와 방통고를 함께 맡을 경우 2중의 격무로 시달리기 때문에 최소한 담임만이라도 별도의 전담교사를 둬달라는 소리가 교사들 사이에서는 높다.
방통고 졸업자에 대한 사회의 냉대는 여전하다. 그래서 전체학생 중 기능공이 27.4%, 회사사무원이 27.1%등 대부분 직장에 다니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로 상응한 대우를 못 받는 것이 큰 고민이다.
이에 대해 용산고 이필의 주임은『기업체의 인식이 문제입니다. 학교측에서도 서신 등 여러 방법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관심을 촉구합니다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며『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일수록 사회나 기업체가 조그만 관심이라도 보여 성취동기를 높여줘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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