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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얘기 나오자 화기 넘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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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상부처와 첫인사><수방공항도착>
2박3일간의 말레이지아 공식 방문을 위해 29일 하오2시20분(한국시간 하오3시50분) 콸라룸푸르 수방국제공항에 도착한 전두환 대통령은 영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기상에서「말렉」말레이지아 의전장과 최호중 주 말레이시아 대사의 영접을 받은 뒤 트랩을 내려 「말렉」 의전장의 소개로 「후세인·온」수상 부처와 첫인사를 나누고 환영 나온 「리타우딘」외상부처, 「리처도·호」노동장관 부처 등 출영 말레이시아 정부 요인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눈뒤 승용차 편으로 공식 환영 행사가 벌어진 국회의사당으로 직행.
이날 공항 3층 청사에는 한글로 쓴 「적도의 열기 속에서도 조국은 우리의 긍지와 자랑」 「각하의 열성에 충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쓴 길이 20m의 플래카드 7개가 걸려 전대통령의 말레이시아 공식 방문을 환영.

<국왕과 악수를 교환><공식 환영행사>
전대통령은 공식 환영행사장인 국회의사당 광장에 도착, 사열대 뒤에서 「하지·아마드」국왕의 영접을 받고 악수를 교환.
전대통령 내외는 국왕내외의 안내로 사열대에 올라 의장대의 경례에 답례를 했고 이어 21발의 예포와 함께 애국가와 말레이시아 국가가 연주됐다.
행사가 끝난 후 전대통령은 「하지·아마드」국왕과 함께 국왕의 전용 승용차로 영빈관에 도착, 접견실에서 우리 나라 공식 수행원들을 국왕에게 소개한 후 약15분간 음료를 들며 환담.
전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옛날 관념으로만 생각하면 말레이지아와 한국이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것 같지만 오늘날은 비행기로 6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면서 『국왕께서도 한번 한국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화제를 꺼냈다.
「하지·아마드」국왕은 『요즘 한국의 날씨는 어떠냐』고 묻고 말레이지아에 진출한 한국 업계의 업적에 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두 정상은 최근 서울에서 열렸던 국제 축구대회와 오는 8월 이곳에서 열릴 예정인 메르데카 컵 대회등 축구로 한동안 화제를 삼았는데 전대통령은 『그동안 한국과 말레이지아 축구팀이 많은 경기를 했었지만 올림픽 예선전등 중요하고 큰 게임에서는 우리가 지고 중요하지 않은 친선 게임 같은데서는 우리가 이겼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바빠야 대접받는 것><국왕예방>
전두환 대통령내외는 영빈관에 여장을 푼뒤 이날 하오 4시30분(한국시간 6시)왕궁인 네가라궁으로 「아마드」국왕 내외를 예방, 환영행사에 이어 두번째로 자리를 함께 했다.
「아마드」국왕이 『말레이지아 일정이 바쁘겠다』고 인사하자 전대통령은 『손님은 쉬는 시간이 많으면 섭섭하게 느끼게되고 바쁜 일이 많아야 대접을 받는 것』이라고 답변.
전대통령이 『폐하를 만나 뵙게되니 마음이 편안하다』고 하자 「아마드」국왕은 감사하다면서 『국빈께서 마음이 편안해야 나도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고 전대통령이 출국 이후 계속 애용해온 솔담배를 권하자 「아마드」국왕은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고 정중히 사양.
이어 다과가 나오자 전대통령은 『한국 속담에 큰 잔치가 있으면 사흘을 굶는다는 말이 있다』면서 오늘 저녁 폐하께서 주시는 만찬을 잘 먹기 위해 먹고 싶어도 참겠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아마드」국왕이 「우세인·온」수상의 사임 등 말레이지아 정치 행사등에 관해 설명하면서 앞자리에 있던 「리타우딘」외상을 가리켜 외상이 여당인 움노당의 부총재가 됐다고 소개하자 전대통령은 「리타우딘」외상에게 축의를 표명.
환담이 끝난뒤 「아마드」국왕은 말레이지아 최고 훈장인 마크라 네가라훈장을 말레이시아 의식에 따라 방석과 같은 쿠션에 얹어 전대통령내외에게 증정했고 이어, 전대통령도 우리 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역시 쿠션에 얹어 국왕내외에게 증정.

<후세인 수상 접견>
숙소인 영빈관에 돌아온 전두환 대통령내외는「후세인·온」 말레이지아 수상부처를 접견, 약30분간의 환담을 통해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 광범위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접견에서는 예방의 경우 보기 드물게 지난 1월의 전대통령 방미와 관련, 동북아및 동남아 정세의 깊숙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대통령은 공산주의자들에게는 스스로 힘을 갖추지 않고 모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 각국은 능력의 범위 안에서 스스로 힘을 갖추면서 평화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
「후세인」수상은 특히 전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해 「레이건」행정부의 대동남아 정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전대통령에게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양 수뇌는 다과가 나왔으나 들지도 않고 계속 이야기에 열중하다가 예정 시간을 넘기게 되자 만찬 때 다시 이야기하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왕주최 만찬>
「아마드」 말레이지아 국왕부처 주최로 29일 하오 8시10분(한국시간9시40분) 전두환 대통령내외와 「아마드」국왕내외는 말레이지아 음식을 곁들인 양식을 들며 약 1시간반 동안 양국의 우의를 다졌다.
「아마드」국왕이 『각하께 산업시설과 고무나무 공장을 보여드렸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없군요』라고 말하자 전대통령은 『모레아침 일찍 출발해야한다』고 대답. 「아마드」국왕이 영부인 이순자 여사에게 『쇼핑을 좀 했느냐』고 묻자 전대통령은 『말레이지아는 부자나라이기 때문에 쇼핑해 줄 필요가 없을 것같다』고 말해 좌중이 웃음.
이에 대해 「아마드」국왕은 『각하가 말씀하신 뜻은 한국에서 말레이지아에 차관을 안 주겠다는 것을 외교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냐』고 농 섞인 어조로 묻자 전대통령은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며 『우리도 귀빈을 초청할 때 쇼핑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야할 것 같다』고 웃으며 대답.

<방명록에 한글서명><현충탑참배>
30일 콸라룸푸르의 현충탑을 참배한 전두환 대통령은 말레이지아 수상실 「라만」차장의 안내로 육군 의장병들이 도열한 회랑을 돌아 기녑탑 앞에 헌화했다.
백색과 황색 국화 꽃송이로 엮은 둥근 화환에는 말레이지아어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씌어있었다.
전대통령은 의장대 나팔수들의 진혼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공식 수행원들과 함께 약20초 동안 묵념, 말레이지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넋들의 명복을 빌었다.
전대통령은 안내관으로부터 현충탑의 유래등을 설명 들으면서 회랑 중간에 비치된 붉은색 표지의 방명록에 한글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쓰고 서명했다. 【콸라룸푸르-김옥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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