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사스 몸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 경제가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SARS.사스)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대고 있다.

진원지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발병 초기에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유럽까지 기업들의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직접 관련부문인 항공.관광에서 금융.부동산.제조업종 등에 이르기까지 피해 업종이 늘고 있다.

특히 항공 업종은 9.11 테러에 이은 이라크전쟁으로 영업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사스 공포로 위기를 맞고 있다. 홍콩의 캐세이 패시픽 항공사는 사스 확산 추세가 누그러지지 않을 경우 전노선의 운항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세계 최대의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도 급속한 여객 감소 등으로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아시아 지역 생산 비중이 40%에 달하는 미국 반도체 업계의 경우 사스 확산으로 이미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으며, 조기에 진압되지 않을 경우 생산 공장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국내 총생산(GDP)의 6%가량을 관광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은 사스로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여행 업체들이 줄도산을 하고 있다.

이달 들어 아시아 주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 "사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직접적인 만남을 피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필수적인 로드쇼가 잇따라 중단되고 채권 및 주식 발행 계획도 연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공항은 3억~5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었지만 최근 자금 조달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고, 말레이시아의 페네반간 말레이시아사도 5억달러의 채권 발행 계획을 연기했다.

투자은행인 BNP 파리바 페레그린은 최근 홍콩.싱가포르.대만.태국 등 동남아 각국의 성장률 전망을 당초 예상보다 0.5~1.5%포인트 낮췄다. 유럽연합(EU)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8%에서 1%로 하향 조정했고, 월가의 주요 증권사들은 미국의 성장률도 하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봉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