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사의 산 증언대-서대문 경찰서가 헐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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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제시대 독립 투사들이 투옥돼 고통받던 한국독립사의 증인 서대문 경찰서(서울 미근동156)건물이 24일 헐린다.
1936년 일제가 신축했던 연건평 7백98평의 현재 2층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지난해 8월 헐렸던 중부경찰서 건물과 함께 한국 경찰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
1910년 일제 서울 총독부가 북부경찰서 서대문 분소로 발족, 26년만에 새 청사를 지은 이 건물은 당시 한국인 재벌이었던 최창학씨가 제1호 수감자로 기록되는 등 많은 독립 투사들이 투옥돼 피를 흘렸던 곳.
이번 공사로 2층 수사과 서류참고로 쓰이고 있는 높이 1m70cm, 폭 40cm, 길이 30cm의 일제시대 고문 실 2개도 함께 헐려 한국 근대사의 증언대가 또 하나 사라지는 셈.
이 고문 실은 일본 고등계 형사가 주로 한국인 정치범을 다루던 곳으로 한사람이 들어가면 꼭 맞는 크기로 며칠동안 앉지도 못하고 가로·세로 20cm가량의 통풍구로 숨만 쉬는 곳이다.
새 청사는 대지 9백8평에 연건평 1천8백18평의 지상5층, 지하1층의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로 국비 및 시비 16억원을 들여 82년 말 준공될 예정이다.
서대문경찰서에 30년을 근무한 성낙귀 경사(50·통신계장)는『일제시대 이 일대는 미나리 밭으로 지명도미근동이 됐던 곳으로 50년12월 순경으로 첫 부임했을 당시 현 건물이 부근에서는 제일 큰 건물이었다』고 말하고『6·25 등 갖가지 대변혁을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몸담아온 현 청사가 헐려 섭섭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진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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