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이비인후 질환|문영일(이대부속병원·이비인후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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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외이도염>(1)
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철이나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는 계절에는 이비인후과 질환중의 대부분을 귓병이 차지하게 된다.
극심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 바다를 찾아 해수욕을 즐기거나 강물이나 풀에서 수영을 하다 보면 자연히 귓속으로 물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더구나 높은 온도와 습기 때문에 외이도의 피부는 저항력이 몹시 감퇴되어 있어, 여기에 바이러스나 각종 세균으로 더러워진 물이 들어오게 되면 이 세균들이 부착돼서 잘 성장하는 온상이 될 수 있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잘 들리던 귀가 갑자기 안 들리게 되고,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서 답답한 감을 갖게되어 대개는 손가락이나 성냥개비, 혹은 귀후비개 등으로 후벼대게 된다.
이때 약해진 외이도 피부에 상처를 주게되면 십중팔구는 급성 외이도염이 생기게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근질근질 가려움증이 있어서 자주 귀를 후비게 되나 하루 이틀이 지나면 극심한 통증이 생겨 잠도 못 자고 음식물도 제대로 씹지 못하게 된다. 진통시키는 약을 쓰지 않으면 도저히 그 아픈 것을 이겨낼 수가 없다.
이 시기에 대개 염증이 생긴 것은 알 수가 있어서 약국에 가서 항생제를 사서 복용하는 수가 많은 데 이렇게되면 외이도염의 기간이 연장되어 고통도 그만큼 오랫동안 당하게 된다.
신체 다른 부위에 생기는 종기처럼 일단 고름이 생긴다고 하면 빨리 화농을 시켜서 터져 나오도록 하는 것이 완치를 촉진시키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귀 부근에 더운찜질을 해서 빨리 화농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종기와 같은 고름주머니를 만들지 않고 외이도 피부의 전체가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말간 물과 같은 분비물이 흘러나오는 범발성 외이도 염에서는 자주 귀를 후벼대는 기계적 자극을 피하면서 외이도를 청결히 하고 건조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때로는 외이도 피부의 상피가 탈락되어 귀지 등과 혼합되어 외이도를 막아버리면 귀가 울고, 잘 안 들리게 되어 환자는 더한층 불안해 탄다. 불결한 분비물 이외에도 피부를 자극해서 습진성 외이도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런 외이도염이 자주 반복해서 재발할 때는 당뇨병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 소변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또 외이도염의 초기에 항생제를 강하게 사용해서 더 이상 염증이 퍼져나가지 않고 흡수시키는 등 시기에 따라서 치료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가서 확진을 받고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권하고 싶다.
필자 약력
58년 연세대 의대졸
68년 연세대 부교수
71년 연세대 의학박사
72년 일본에서 음성언어 의학연구
74년 이대의과대 주임교수 및 부속병원 이비인후과장·대한 이비인후학회 학술이사 및 대한 기관·식도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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