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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마이홈 꼼꼼작전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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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저녁이면 발 쭉 뻗고 고단한 몸을 누일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이 서민들의 가장 큰 바람이다. 하지만 한푼 두푼 모아봤자 집 값은 저축액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치솟아 내 집 마련의 꿈을 번번이 깨버리곤 한다.

만약 누군가 집 값의 대부분을 빌려줄테니 우선 집부터 사고 돈은 천천히 갚으라고 한다면 어떨까.

요즘 은행들이 앞다퉈 팔고 있는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그런 제안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상품은 집 값의 60% 쯤을 10~30년 만기로 빌려주고 매달 원리금을 나눠 갚도록 한다.

3년 만기로 돈을 빌린 뒤 갚을 준비가 안되면 만기를 몇 차례씩 연장해야 하는 일반적인 단기 주택담보대출보다 훨씬 편리하고 안정적이다. 예전엔 금리가 너무 높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요즘은 장.단기 대출의 금리 차이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다만 10년 이상의 기간 중 변동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향후 시중금리가 폭등할 경우 이자 부담이 감당못할 수준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남는다.

그런데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모기지 론(주택저당대출)'은 만기까지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데다, 소득공제 혜택을 통해 실제 이자 부담액을 시장금리 연동형의 단기 대출 수준(현재 연 6%대)까지 떨어뜨릴 예정이란다. 소비자 입장에선 장기 대출의 안정성을 누리며 금리 위험까지 더는 셈이다.

외국에선 이미 보편화돼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겐 아직까지 생소한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장.단기 대출 어느 쪽을 고를까=기존의 3년짜리 단기 대출은 매달 이자만 내다가 만기 때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다. 웬만한 봉급쟁이라면 집 값의 60%를 3년 만에 모아 갚을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

그래서 이 대출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샀다가 시세차익을 올린 뒤 팔아서 원금을 갚으려는 사람들에게 적당하다.

만일 자기가 살 집을 위해 단기 대출을 받는다면 3년 만에 갚을 수 있을 정도의 돈만 빌리거나 아니면 3년 후 만기를 연장해 달라고 은행에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은행이 무조건 만기를 연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간 고객의 신용도가 떨어졌다면 원금의 20% 가량을 갚도록 하거나 높은 금리를 물릴 수도 있다"(구본혁 국민은행 개인여신팀 차장).

따라서 실제로 살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이라면 장기 대출을 받는 편이 낫다. 장기 대출은 원리금을 매달 나눠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이자만 내는 단기대출보다 다달이 내야 하는 돈이 많긴 하다.

하지만 나중에 원금 상환 부담이 고스란히 남는 단기 대출과 달리 매달 원금이 줄어들고 그만큼 부담하는 이자도 적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게다가 10년 이상의 장기 대출을 받아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주택을 산 경우엔 이자 상환액에 대해 연간 6백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1.5~2.0%포인트 가량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시장금리 연동형 대출일 경우 오히려 단기 대출보다 금리가 낮아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설사 3년 후쯤 갚을 형편이 되더라도 10년짜리 장기 대출을 받아두는 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장기 대출이라 해도 3년만 되면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는 데다 소득공제 받은 돈은 물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모기지론이 기존 장기대출 상품과 다른 점=은행마다 최장 30년짜리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팔고 있다. 금리는 대개 시장금리 연동형(3개월마다 변동)이 연 6%대, 기준금리 연동형(1~3년마다 변동)은 연 8%대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 중 고정금리를 적용해 주기도 하지만 만기까지 고정금리인 상품은 아직 없다. 은행 측이 금리 상승에 대한 위험을 짊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가 현재 국민.우리은행과 농협을 통해 빌려주는 '최초주택자금대출'은 최장 20년짜리 장기 대출이면서도 연 6%의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정책자금 대출이라 금리도 낮은 편이다. 다만 무주택 세대주가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집을 사는 경우만 대출이 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반면 정부가 시중은행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시판할 계획인 모기지론은 고정금리를 적용하되 대출자격을 최초주택자금대출보다 훨씬 넓힐 예정이다. 고가 주택이 아니라면 어떤 규모의 집을 사든 대출이 되고, 대출한도도 집값의 60%보다 올라간다.

신제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은 "소득공제 혜택을 더욱 늘려 실제 부담하는 금리도 현재 은행권이 파는 장기 대출보다 크게 낮출 것"이라고 전했다.

어느 면으로 봐도 모기지론의 조건이 기존 상품보다 좋기 때문에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내년까지 기다리는 편이 현명하다는 게 신과장의 말이다.

한편 최근 농협은 내년부터 나올 모기지론의 예고편이라 할 수 있는 'MBS 장기대출'을 다음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 중인데 연 7%대의 고정금리를 만기까지 적용한다.

◆장기 대출 활용법=장기 대출을 받을 때는 자신의 형편에 따라 대출 규모나 상환방식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우선 매달 나눠 갚는 원리금이 월 수입의 30%를 넘으면 곤란하다. 김인응 우리은행 재테크팀장은 "대개의 가정이 생활비를 빼고 나면 매달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수입의 30%쯤 된다"면서 "장기 대출을 받을 경우 이 여윳돈을 저축하는 대신 집값을 갚아나가는 데 쓰면 된다"고 말한다.

예상되는 원리금 상환액이 수입의 30%를 넘는다면 살림에 적자가 나기 때문에 상환기간을 늘리든지, 대출규모를 줄여 좀 더 싼 집을 사든지 결단이 필요하다.

장기 대출을 갚는 방식도 잘 골라야 한다. 원리금 균등분할 방식은 매달 내는 금액을 똑같이 맞추기 위해 초기엔 이자를 많이 내도록 하다가 갈수록 원금 비중이 커진다. 이와 달리 원금 균등분할 방식은 원금을 매달 똑같이 나눠내면서 그 잔액에 대해 부가된 이자를 함께 낸다.

이에 따라 만기까지 내는 이자 총액도 달라진다. 예컨대 1억원을 20년 만기로 연 8%의 금리에 빌린다면 원리금 균등분할은 1억75만원, 원금 균등분할은 8천33만원의 이자를 내게 된다.

김주용 제일은행 소매금융상품부 부부장은 "이자만 보면 원금 균등이 가장 유리하지만 월 수입으로 초기 상환액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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