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0)|<제73화>증권시장-재기의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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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가 구속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도중인 63년4월27일 증권거래법이 개정되어 거래소는 주식회사제도에서 공영제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름도 한국증권거래소로 바뀌었다.
그리고 73일이라는 최장기의 휴장 끝에 5월9일 증시는 문을 열었다.
당시 4대 의혹사건은 매일 같이 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취급됐고 증권파동얘기도 대서특필됐다.
구속 된지 4개월만에 있은 재판 결과에 사람들은 또 한번 놀랐을 것이다.
나는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구치소 정문으로 나오지를 못하고 옆문으로 몰래 나와 과천의 사돈집으로 향했다.
애국적 행위였다며 무죄선고를 받고서도 정문으로 못나온 것은 영화·범일·홍익증권 등의 채권자들 때문이었다.
채권자들은 내가 나오면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서 데모라도 하려는 계획이었던 모양이다.
회현동 집으로도 못 가고 과천의 사돈 김건영씨 집으로 피신하는 처지였다.
각 증권회사별로 채권자대표를 선정해서 협의하기로 했다.
고객들은 전 영화증권 사장 강성진씨에게도 찾아가서 돈을 내라고 아우성을 쳤을 것이다.
채권자 대표들과 만나봤으나 별로 신통한 방안은 나오지를 않았다.
내가 재판을 받고 나오니 집사람은 같이 일하던 사람이라도 밥을 먹어야하지 않겠느냐며 맏사위 김병학군에게 갖고있던 한전주 등을 주어서 삼신증권을 운영케 했다.
삼신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병두씨가 경영하던 것을 운영 난에 빠져 내가 인수한 회사다.
26세의 젊은 나이에 태평증권의 오계선씨 아들 오갑선군, 송대순씨의 아들 송모군과 어울려 해동화재 주 작전을 한다고 나섰다가 남산동 집마저 날리고 말았다.
5천만원 이상짜리였다.
영화증권이 문을 닫은데 이어 범일 증권도 63년6월25일 폐업하고 9월5일자로 영업허가가 취소됐다.
또 홍익증권은 7윌26일 폐업하여 9월7일 허가가 취소했다.
이해 12월17일 새로운 민간정부가 수립되고 군정이 폐지됐다.
나에겐 범일·영화·홍익증권고객들에게 진 채무를 갚는 것이 급선무였다.
채권자대표들과 계속해서 협의를 했다. 그러던 중 증권거래소에 통일증권과 일흥증권이 담보금으로 납부했던 대증주 등을 부동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반도호텔에 방을 얻고 승상배씨와 상의를 했다.
마침 부산에 있는 구병권씨가 찾아왔다.
구씨는 내가 허가를 얻어준 부산의 석유판매회사의 전무로 있었다.
구씨는 부산에 있는 박승필씨 소유의 땅을 소개했다.
구씨가 가지고온 땅은 군용지로 징발된 땅으로 증권거래소가 담보로 잡고 대증주 등을 내줄리 없었다.
상업은행· 한일은행·제일은행 등 3개 시중은행의 공동감정서률 붙였다.
거래소 박승준 이사장은 절대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고 나와 승상배씨는 매일 반도호텔에서 작전회의를 했다.
재판과정에서 나를 끝까지 돌봐 준 김 모씨와 이 모씨 등이 박동규 재무부장관과 모 정당간부들을 찾아다니며 부탁을 했다.
가장 중요한 박승준 이사장 선에서 매듭이 풀리지를 않았다.
숙의 끝에 박씨를 사임시키고 홍정봉씨를 거래소 이사장으로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대부분이 나의 채권자들인 고객들은 나의 재기를 바랐다.
빚도 받을 수 있고 주가도 올라가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시 박승준 이사장실로 찾아가 소란을 피우면서 대증주와 저금주의 담보대체를 촉구했다.
결국 박 이사장은 64년3월28일 사임을 했다.
그 뒤 4월17일 제9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홍순봉씨는 곧 대증주를 부동산으로 교체하는 것을 승낙하게됐다.
정확치는 않으나 대충 3억8천여 만원 상당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부동산 담보제공자와의 계약내용이 여러 차례 변경되는 바람에 대증주가 풀려나 봤어도 나의 재기를 위한 재원은 못됐다.
중간에서 애쓴 여러 사람에게 보답도 제대로 안되고 불만만 산 결과가 됐다.
토지소유자 박승필씨는 분배받은 대증주로 남양증권을 인수하여 운영하다가 처분하고는 운수업계로 나갔고 승상배씨는 천일증권을 인수했다.
장원범씨를 사장으로 자신은 이사회장으로 있었으나 내분으로 오래 못 가고 문을 닫았다.
증시는 점점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었다. <계속> 【윤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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