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시켜줄테니 돈 좀”…통일준비위 단장 사칭한 사기꾼 붙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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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단장을 사칭해 채용을 미끼로 수백만 원을 받아 가로챈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통일준비위원회 소속 실행단장을 사칭한 A(54)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자신을 개성공단 총괄본부장,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실행단장 등으로 소개한 뒤 취직을 시켜주겠다며 채용 비용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3명으로부터 450여 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2월 중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통령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착안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실행단장 행세를 하며 ‘개성공단 총괄본부 본부장(청와대 부설), 경제특구 총괄본부 본부장(청와대 부설), 특별구역 개발 총감독, 국토개발 심사위원’ 등의 허위 직함이 적힌 명함을 만들어 갖고 다니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화물차 운전기사로 일하던 A씨는 개성공단을 오가는 동료 운전 기사들을 통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해 남ㆍ북경 출입허가 절차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해왔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전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통일준비위원회 조직도’ ‘통일 후 소득효과’ ‘통일 후 개발계획의 효과’ 등의 각종 허위 문서를 작성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또 채용이 늦어지는 이유를 묻는 피해자들에게 “세월호 사고로 인해 대통령의 재가가 이뤄지지 않아 채용이 늦어지고 있다”고 둘러대기까지 했다. 피해자들이 사기당한 사실을 뒤늦게 눈치채자 “난치병으로 한쪽 눈이 실명됐고 뇌종양까지 앓고 있는 시한부 생명”이라는 거짓말을 하며 동정심에 호소하는 등 신고를 막으려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기관 및 공무원을 사칭하는 사기범들에 대한 지속적인 첩보 수집과 검거활동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석승 기자 go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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