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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세 꼭 신설해야 하나|문교부와 재무부의 상반된 견해를 들어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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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설해야 한다』,『안된다』-. 요즘 교육세 신설 문제를 둘러싸고 관계 부처간의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문교부는 과밀학급 해소와 중학 의무교육 실시 등을 위해 교육세 신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무부는 국민의 부담 과중, 조세저항 등을 우려해 이의 신설을 반대하고 있다. 관계 부처의 입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문교부의 입장|"과밀학급·2부제 해소·교원 처우 개선 등 위해선 연간 6천억의 재원 필요"|중학 의무교육 기반 조성도 해야>
학교의 교육적 기능이 퇴화하면서 학교 밖에서 무성했던 과외를 물리적으로 척결한 정부는 82년부터 시작되는 제 5차 경제 사회 발전 5개년 계획기간 중 학교 교육을 내실화하겠다는 의욕적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문교부로서는 당초 이 기간 중 국민학교의 학급당 인원을 50명으로 줄이고, 2부제 수업 완전 해소, 37학급 이상 과대학교 분리, 교원의 처우 개선, 중학교 의무교육 실시 등올 지표로 잡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연간 6천억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고 국민의 세부담이 과중해진다는 판단에 따라 완성연도가 86년에서 91년으로 연장됐다.
재원 조달능력 때문에 목표 달성 연한을 2배로 늘려잡은 것이다. 문교부는 현재의 교육 여건이 심각하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 전국의 10만 8천 3백 48개 국민학교 학급 중 56%에 해당하는 6만 2천여 학급이 학급당 51명에서 1백12명에 이르는「콩나물 시루」다.
서울·부산의 경우는 2만 3천 71학급 가운데 겨우 47학급만이 50명 이하일 뿐 99% 이상이 51밍 이상인데다 90%가 61명 이상의 과밀이다.
이처럼 과밀수용을 하면서도 전국의 9천 8백 88학급이 2부제 수업을 하고 있다. 이같은 과밀상태를 당초의 지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86년까지 5년 동안 매년 6천억원 정도의 추가재원이 필요하다. 5년간 달성지표를 크게 낮춰 학급당 인원을 55명으로 하고, 2부제 수업을 2학년 일부만 해소하며, 65학급 이상의 초 과대학교만 분리하더라도 5년간 약 1조 5천억원의 재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중학교 의무교육을 87년부터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기반조성을 위한 재정수요가 1조원에 이르고, 교원의 교재 연구 수당은 현재의 3만원에서 10만 5천원으로 올리게 되면 연간 1천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한정된 국가 예산으로 이같은 추가 재원 투자는 어렵고, 그렇다고 수익자부담으론 의무교육을 유상교육화할 수도 없다는 것이 문교부의 입장이다. 결국 공교육 문제를 공공의 부담으로 해결한다는 입장에서 교육세라는 형태의 시한부 목적세 신설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재무부의 입장|"현재의 법인세·소득세율도 너무 높아 내려야 하는데 10∼20%씩 부가징수 무리"|세원도 없고 국민 설득력도 없어>
교육세 신설에 대한 재무부의 입장은「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80년 연초 경제기획원이 대통령에게 업무 계획을 보고하면서 교육세 신설 방침을 밝혔을때 당시 김원기 재무부장관은 즉각『교육세 신설을 반대한다』고 재무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그 후 교육세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재무부는「불가론」을 펴왔다.
재무부가 교육세 신설에 대해 완강하게 불가론을 편 이유는 이러하다.
첫째, 세원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이 만든 시안에 의하면 법인세·소득세 및 지방세에다 일정률을 얹어서 거두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행의 법인세·소득세율도 높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인데 오히려 10∼20%씩 부가징수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이미 이들 세금에는 방위세와 주민세가 붙어 있어 소득세의 경우 최고 세율은 79%에 달한다. 여기에다 다시 교육세를 덧붙여서 꼬리를 달게 되면 조세체계도 우습게 된다.
둘째, 국민 특히 기업의 조세부담 과중이다.
교육세를 신설하게 되면 결국 대부분을 기업에서 떠맡아야 한다.
과연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기업들이 2천∼3천억원의 추가세 부담을 짊어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83년부터 복지연금이 실시되면 기업의 부담은 크게 늘어나도록 되어있다.
셋째는 타이밍의 문제다. 경기가 계속 침체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터에 막대한 세금을 추가 징수한다는 것은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것이다.
넷째는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교육이 가장 중요한 국가사업이라면 당연히 다른 정부 예산을 줄이고 그것을 교육투자에 돌려야 한다.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예산은 다른 데 치중하고 세금을 새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는 것이다.
세금이 너무 무겁다고 내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판에 또 부가가치세제의 부작용이 가셔지지 않고 있는 터에 또다른 신세를 만들면 자칫 조세저항만 불러일으킬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따라서 교육세는 방위세가 끝난 뒤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

<윤정일 박사<한국교육개발원>>

<시한부 목적세로 만들면 안정적인 재원될수 있다>

<국민의 조세부담률 구미보다 낮아>
콩나물 교실과 다부제 수업을 해소, 국민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만 앞으로 10년간 약6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득표대로 학급당 학생수를 50명 선으로 줄이고 교원 1인당 학생수를 30명 선으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교실을 많이 짓고 교원을 크게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막대한 교육재원은 획기적 변화 없이는 확보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예산의 일정 비율을 교육비로 규정할 수도 있으나 현실적 실현 가능성이 적고 안정성 보장이 없다. 이에 비해 교육세는 시한부 목적세로 실효성이 있고 안정적 재원이 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교육목적세를 신설할 경우,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문제이긴 하지만 현재 GNP의 18% 안팎의 조세부담률은 이웃 일본의 23%, 중국의 20%보다 적고, 구미 각국의 30∼45%에 비하면 징세기술에 따라서는 여지가 있다.
미국이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58년에 국방교육법(NDEA)을 만들어 획기적인 교육투자로 교육개혁사업을 성취시킨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현행의 방위세를 방위·교육세로 명칭을 바꿔 방위세율 2O%에 교육세율 10%를 추가하게 되면 연 4천억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 국방은 동일한 차원에서 중시돼야 하고 조세의 제원칙을 조화있게 충족시킬 수도 있다.

<이철성 교수<성균관대·재정학>>

<경기침체 속에 강행하면 국민이 감당하기 어려워|현행기구·인원정비로 재원 마련을> 『교육세를 신설하기로 했다』『교육세 신설에 반대한다』는 정부 부처의 엇갈린 주장은 국민을 당혹케 하고 있다.
경제기획원·문교부는 하자는 쪽이고 재무부는 하지 말자는 쪽인데 좋게 보면 의욕의 표시로 볼 수도 있지만 부처간의 알력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교육세 신설 같은 중요한 문제를 국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기정사실화해서 밝히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현 시점에서 교육세를 신설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나는 찬성할 수가 없다.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 가뜩이나 무거운 소득세·법인세 등을 인상하는 결과가 되어 조세저항을 빚을 가능성이 많다.
둘째, 목적세로서 교육세를 만들면 공해방지세·사회보장세등 또다른 목적세를 막을 명분이 없다.
셋째, 경기가 침체되어 있는 때여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넷째, 신세를 만들지 않고서도 교육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우선 문교부를 포함해서 기구·인원을 대폭 정비하고 행정비를 절감하는 일대 긴축운동을 벌여야 한다.
현행 조세 감면 체계를 과감하게 정리, 세금 감면을 줄임으로써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세무행정을 개선하고 징세기술을 고도화해도 재정의 추가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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