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인상은 뒷전… "감산 논쟁" 벌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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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 세계 석유소비국들의 주목을 받고있는 석유수출기구(OPEC) 13개국 정기총회 25일부터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열린다. 이번 총의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유가인상·원유감산문제 등이 주요의제가 될 것이 틀림없지만 『이번 총회의 결론은 유가동결』일 것이라는 견해가 서방소비국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야마니」석유상은 지난 20일 서독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서방경제의 휴식을 위해 82년까지 유가를 동결시키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지만 최근의 국제석유 정세는 OPEC가 더 이상 석유값을 올릴 형편이 못된다.
우선 지금은 석유가 세계적으로 남아도는 공급과잉상태에 있다. 정확한 숫자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1일 평균 공급 4천8백30만 배럴, 수요 4천6백20만 배럴로 평가, 2백10만 배럴이 남아돌고 있다는 계산이다. 공급과잉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바로 스포트가격의 하락이다.
스포트가격은 OPEC총회를 앞두고 오르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으나 이번에는 최고 배럴 당 42달러(이란-이라크전 발발시)까지 했던 스포트 가격이 33달러 선으로 떨어지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지금까지 각국이 제멋대로 붙였던 프리미엄도 인하되거나 아예 철폐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원유가격은 떨어지면 떨어졌지 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형편이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라비안라이트만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아라비안라이트는 현재 배럴당 32달러로 OPEC의 최고 상한가격에 비해 9달러나 싸다.
따라서 이번 총회의 가격문제에 대한 결론의 최대공약수는 『아라비안라이트는 1∼2달러인상, 타원유가는 동결』이라는 선.
가격문제에 큰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전망이기 때문에 이번 총회는 오히려 감산논쟁으로 시끌시끌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라크전으로 하루생산량을 9백50만 배럴에서 1천30만 배럴로 늘렸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라크의 원유수출량이 하루 2백만∼2백50만 배럴 수준에 이르고있는 지금도 생산량을 종전수준으로 환원시킬 생각을 않고 있다.
스포트가격 하락, 프리미엄 인하 등 최근의 원유값 하향안정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 같은 증산체제유지에도 원인이 있다. 이에 따라서 OPEC가맹 각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감산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베네엘라의 「칼데론」석유상은 『공급과잉은 기본적으르 일부 가맹국의 과잉생산에 기인하는 것』이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난하고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명분 아래 『가격인상도, 감산도 생각지 않고있다』(「야마니」석유상)고 버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체제유지는 사우디아라비아 집안 사정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수년간 급속한 공업·근대화를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한 재원에 거의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지출은 연간 9백60억 달러에 이르고 있고 앞으로 그 지출은 더 늘어날 추세다.
이 때문에 『감산으로 수백 억 달러의 세입결함이 발생한다면 국가재정이 파탄 날 우려도 있다』(미 타임지). 「야마니」석유상도 『대폭격인 감산→유가인상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익면에서도 마이너스가 된다』고 고층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감산여부를 둘러싸고 강경·온건파의 대립이 상당히 격렬 할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는 『사우디아라비아가 l,2달러 원유값을 올리되 생산량은 종전수준으로 환원하고 그 대신 다른 산유국은 원유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는 선에서 타결될 공산이 크다.
이번 총회는 가격·감산 두가지측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거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기본정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업화가 끝날 때까지는 원유가격을 안정시켜 석유강사를 장기적으로 유리하게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원유가격은 중동의 정세가 악화되지 않는 한 「야마니」석유상의 전망처럼 적어도 내년까지는 안정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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