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이후』 기대걸린 중남미|콧대 높아진 석유대국 멕시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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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멕시코는 최근 몇년사이 갑자기 콧대가 세어졌다. 개발도상국 그룹회의에서의 발언권이 커졌을뿐아니라 선진공업국들에 대해서도 퍽 당당해졌다.
지난 79년 제2차 오얼쇼크때 내노라했던 서방공업대국의 VIP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멕시코로 찾아들었다.
이웃 미국도 전에 없이 대멕시코태도가 부드러워졌다.
충분히 고자세로 돌변할만했다.다름아닌 석유자원때문이었다.
멕시코는 석유의 확인매장량이 6백1억배럴,추정매장량은 2천5백억배럴로 밝혀짐으로써 하루아침에 석유대국으로 부상했다.
확인매장량은 사우디아라비아의 37%수준인뎨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
멕시코의 석유및 석유화학공업현황을 취재키위해 만난 멕시코 국영석유회사 (PEMEX) 의 한 고위간부는 『멕시코는사우디아라비아가아니다』 라고 멕시코원유정책의 기본방침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이말은 멕시코의 자원및 공업성장관 「호세·안드레스·오데이사」가 작년말『멕시코자원의 이용은 멕시코인에 의해 멕시코인을 위해서만 가능하다』고 한말욜 뒷받침하는 것이다.
멕시코는 최근 하루 2백40만배럴의 석유롤 생산, 그중 절반을 수출하는 세계 5위의 산유국이 됐다.
원유의 생산과 배분을오직 멕시코의 필요에 의해서만 결정한다는 자원민족주의는 멕시코 사람들의 자부심을 더 강화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철저한 자국위주의 원유정책은 풍부한 양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를 위해,비산유국의 이익을 위해 쉽게 제공되지는 않을것 같다.
「훗세·로페즈·포르티오」대통령은 멕시코는 앞으로 10년간 미국에 대한 원유공급량을 하루 약74만배럴로 한정할것을 내용으로하는 장기 에너지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이 계획은 향후 15년간 멕시코의 하루 원유수출량을 1백50만배럴수준으로 한정하며 어느 특정국에도 전체수출량의 50%이상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계각국들은 멕시코의 이러한 계획에 원유윤출선을 다변화하려는 의도라고 판단, 큰 관심울 불리일으켰다. 그러나 이나라의 수출대상국 다변화에는 두가지 기본노선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정치적 측면이다. 즉 이나라가 중남미를 비롯한 제3세계의 리더로서의 위치를 확보키위해 정책적으로 원유롤 공급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멕시코경제에 기여하는 나라에 대한 상대적 보상으로 한다는 경제적 측면.
한국은 후자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80년 양국간 교역량은9천만달러 (대멕시코수출4천6백만달러,수입4천4백만달러).
작년10월 서울에서 개최된 7차경제협력위원회합동회의에는 「세라노」「폐멕스」 멕시코국영석유공사총재를 비롯한 40여명의대표단이 방한,큰 관심을 모았다.
5월11일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된 8차합동회의를 계기로 서석준상공장관과 정수창대한상의회장, 송세창경협위한국측위원장등이 「로페즈·포르티오」대통령믈 방문한 자리에서「포르티오」대통령은 공업성장관에게 양국간 경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양국간의 산업발전단계가 비슷한 현실을 감안할때 우리가 그들의 경제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풍부한 석유자원을 바탐으로 최신기술과 잘 훈련된 기술인력믈 필요로하는 그들에게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분야는 극히 한정적이다.
공동성명에서 언급하었듯이 한국의 조선및 선박수리,수산업및 수산식품가공업,농업기계분야가 유망한것으로 지적되고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멕시코의 풍부한 원유룰 바탕으로한 획기적인 석유화학공업육성책에 갚은 관심올 돌려야할 것같다. 현재 이나라의 석유화학공업온 「에틸렌」 시설용량 43만5천t으로 한국의 50만t에 비해 다소 뒤지고있다.
그러나 이나라는 멕시코시티 남방7백km지점인 캉그례헤라지역에 82년 가동계획으로 시설용량 50만t의 새 에틸렌 공장을 건설중에 있으며 늦어도86년까지는 이같은 규모의 공장을 모두 4개를 세울 계획.
86년까지는 에틸렌시설용량이 2백43만5천t에이른다. 이는 현한국의 그것에 비해 5배나 되는것으로 중간원료의 대량수출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암모니아 메탄올 VCM AN등 중간원료의 대량수출은 필연적으로 한국의 대동남아수출에 중대한 타격울 줄것이다.
ℓ당 휘발유가격이 84원,공업용전력이 ㎾당12원밖에 안되는 멕시코와 한국이 석유화학제품 수출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어려운일이다. PTA등 합섬원료도 마찬가지다. 합섬윈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화섬업계가 그 원료를국제가격보다 20~30%씩 헐하게 사는 멕시코의 화섬업계와 앞으로 어떻게 경쟁을 벌일수 있는지,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있는 것이다.
장기적 안목에서의 협력및 대처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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