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뎅기열 비상…69년만에 첫 국내감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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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대형 공원에서 모기에 물린 학생 3명이 뎅기열에 감염돼 비상이 걸렸다. 뎅기열은 주로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흰줄숲모기 등에 물려 감염되며 심할 경우 40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 발진, 근육통을 일으킨다. 이번에 감염된 학생들은 해외여행 경험이 전혀 없어 국내 감염으로 추정된다. 일본 국내 감염은 1945년 이후 69년만이다.

후생노동성은 28일 도쿄의 20대 남성과 사이타마(埼玉)현의 20대 여성이 뎅기열에 추가로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26일엔 사이타마현에 사는 10대 여성의 감염이 처음 확인됐었다. 이들 3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해외여행에서 뎅기열에 감염돼 귀국한 환자를 물었던 모기가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시아나 남미를 여행한 뒤 돌아와 발병한 감염자는 해마다 200명 가량에 이른다.

도쿄도(東京都)에 따르면 이들은 같은 학교 친구들로 시부야(?谷)구 도립 요요기 공원에서 모기에 물린 것으로 보인다. 8월 초순부터 20일 사이에 동급생 30여명과 함께 학교 축제를 앞두고 공원에서 춤 연습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학생들은 고열 등의 뎅기열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감염자들의 가검물에서 검출된 뎅기열 바이러스가 동일한 형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쿄도는 28일 저녁, 이들 3명이 모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되는 요요기 공원 시부야 문 부근의 반경 75미터를 공사용 철제 울타리로 통제한 뒤 모기 제거에 나섰다. 작업원 2명이 흰색 방호복과 장갑을 착용하고 나무 덤불과 화단을 중심으로 살충제를 살포했다. 1만 7000㎡ 소독에 살충제 800리터가 사용됐다. 국립 감염증 연구소 직원은 벌레잡기 망을 이용해 방제작업 전후의 모기 수를 확인했다. 26~27일 요요기 공원에서 채취한 모기 35마리에선 뎅기열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요요기 공원은 연평균 581만명이 방문하는 대형 공원으로 주말에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후생노동성은 "모기 수명은 30~40일 가량이고 행동 범위는 반경 50미터 정도로 제한된다”며 “도쿄도가 방제에 나선 만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려 감염되며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감염되진 않는다. 보통 감염 후 3~7일 이내에 발병하지만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법이나 백신은 없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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