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사회주의 재평가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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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테랑」 프랑스두회당당수의 대통령당선은「놀라움」과「이변」으로 충격을주고 있는 것같다. 그러나 「미테랑」의 승리는 그렇게 놀랄만한 현상도 이변으로 받아들여야 할 충격도 아니다, 프랑스에서 좌파정권이 들어서게탰다해서 프랑스의 좌경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미테랑」은 이미 74년 대통령선거때 1차투표에서「지스카르」후보를 눌렀으나 과반수를 넘지못해 2차투표에서 다시 대결했다가 1·6% (약40만표)의 차이로 패했었기 때문에 그의 저력을 과시한바 있다.
다만 이번 선거를 통해 「지스카르」후보의 누적된 약정이 그에게 크게 주효되어 그가 당선되었을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서구 여러나라의 사회주의 정당들의 보편적 성격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날 서구제국에서는 사회주의 정당들이 대부분 집권당 또는 제1야당의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보편적인 상황에서 프랑스만이 제5공화국 출범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23년이나 보수정권을 유지할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이변」으로 풀이할수도 있다.
서구제국의 사회주의 정당의 보편적인 성격은 친서방적 친 NATO적이기 때문에 국제관계의 시각에서는 흔히 중도 좌파정권으로 규정되고 있을 따름이다. 「미테랑」의 사화당도 이러한 범주에서 영국의 노동당이나 서독의 사회민주당의 정치이념과 통한다고 볼수있다.
「프랑스사회당의 성격이 이렇게 온건함에도 불구하고「미테랑의 승리가 비상한 관심과 놀라움을 주고 있는 것은 그가 내건 정책이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프랑스에 대해 급진적인「개혁」이며, 이 개혁의 공약을「미테랑」이 이행하는 경우「프랑스」가 크게 변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프랑스 경제질서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산업의 국유화 조치속에는 통틀어 1백50여개의 은행및 금융기관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모든 민간주식은 국채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 정책계획에 비해 대외정책은 「드골」 이래 전통적인 기본외교정책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테랑」 은 이미 74년 대통령선거에서도 『프랑스가 더 훌륭한 안보체제를 발견할수 있을 때에만 배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벗어날수 있을것』임을 표명함으로써「유럽의 프랑스」를 간접적으로 시인한바 있다. 이번 선거 유세에서 그는 NATO나 바르샤바 조약기구와 같은 군사동맹체에 반대하지만, 현재 NATO 탈퇴를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NATO긴급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동맹국들의 의무사항을 재정립 할것을 주장한바 있다.
대미·대소외교에 있어서는 기존노선을 유지할것으로 보이나 소련의 폴란드 사태개입, 아프가니스탄 침공, 미국의 엘살바도르 사태 개입에 대해 두나라를 공개적으로 비난한바 있다. 또 중공과의 긴밀한 관계모색, 서독과는 「지스카르」 식의 밀착이 아닌 긴밀한 관계유지, 독자적인 방위전략 유지및 EC에 대한 협력강화정책에서도 기존외교요건과 큰차이가 없다.
이러한「미테랑」의 외교정책은「지스카르」현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취할것으로 보이지만, 프랑스의 현국력이나 경제력으로 보아「드골」식 독자 외교전개에는 한계가 있는것 같다.
그가 선거기간중 발표한 대외정책 계획속에는 큰 변혁의 가능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우리에게 크게 주목되는 것은 그의 한우도정책일 것이다. 그러나「미테랑」이 지난 2월 중공 방문길에 평양에 잠시 들렀다해서 너무 성급한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
배한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은 「미테랑」의 출현을 절대적인 호기로 이용하여 서구진출책을 적극화할 것이며, 현재 파리에 상주시키고 있는 통상대표부및 유네스코대표부를 격상시키고, 프랑스와의 국교정상화에 노력할것으로 보인다. 배한측의 접근책에 대해 「미테랑」정책은 현재로서는 예상키 어려우나 74년 선거때 「미테랑」은 동독·배한을 비롯한 공산제국과 국교정상화를 공언한바있으며 이번의 외교정책에는 이것이 빠져있어「미테랑」이 배한의 요구에 쉽게 승인할것인가의 여부는 의문이다.
그러나 만일 프랑스가 배한을 승인한다해도 한국은 그동안 쌓은 한불유대관계 (민간항공·투자보장·문화기술·윈자력 평화이용·상표협정등12개 쌍무협정체결), 교역관계(80년 5억달러), 윈자력발전기 9, 10호기 건설에의 프랑스수주등 양국의 기존협력관계를 기반으로 배한의 대불접근책등을 봉쇄할수 있는 정치.·외교·경제적 실력을 과시함으로써「미테랑」이 한국을 배한과 견주어 새로이 인식할수 있도록 외교전략을 모색해야할것이다.
유럽의 전통적인 두회주의에 충실한 프랑스 두회당정부에 대한 향후 한국외교의 자세는 우선 유럽정치의 조류(두회주의정당의 집권)를 정확히 분석하고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정치·외교적인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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