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사회당은 영광획득했지만 서구사회주의 대세는 내리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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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스」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우파정권이 집권23년만에 패배하여 두회당에 정권을 넘겨주게 되던 10일, 서구 두회민주주의 세력 아성의 일각을 이루던 서 「베를린」에서는 26년 동안 시의회를 지배해오던 두민당이 선거에서 패배했다.
「프랑스」두회당의 승리가 없었던들 서 「베를린」선거의 결과는 서구 사회민주주의 세력의 퇴조를 예고하는 큰 징표로서 기록될만한 것이었다. 서「베를린」은 서독정치의 방향을 나타내주는 좌표구실을 해왔던 점으로 미루어 이번 선거에서의 패배는 10년 넘게 유지돼온 서독 두민당 연립정권에 대한 적신호로 평가되는 것이기도 했다.
사회민주주의의 본산인 서구에서는 3∼4년전부터 73년 석유위기이래 누적돼온 경제난으로 실업률증가, 생산둔화현상이 두드러져 이 기간중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집권해온 두민당세력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집권당이거나 야당이거나 관계없이 당내의 좌우파· 강온파간에 분열상을 드러내 위기상황을 맞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상황은 79년5월 영국에서 노동당정권에 대신하여 보수당정권이 들어서고 같은해 9월에는 전통적으로 두민당세력이 장기집권해온 「스웨덴」에서 보수·중도 연립정권이 들어서며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세력의 위기는 그러나 이러한 정권적 차원에서의 패배보다는 당의 지도이념및 정책노선을 둘러싼 내분격화에 더심각하고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
영국의 경우 노동당은 이미 급진 좌경화된 주도세력에 반발하여 중도·온건론자들이 탈당하여 사회민주당을 창당하는 분열을 겪었다. 노동당의 좌파세력이 노조의 강력한지원아래▲기간산업의 급속한 국유화▲일방적 핵군축▲ 「유럽」공동시장(EC)탈퇴등을 당정책으로 굳히자 언건파들이 탈당, 새 정당을 만들어 60년가량 양당체제를 굳혀온 영국정치 제도에 큰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서독에서는 「슈미트」 수상이 이끄는 당지도층과 청년당원이 주축을 이루는 과격좌파간의 대립이 극한상황에 이르러 그렇지 않아도 경제불황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두민·자민연립정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의 내분은 핵발전소문제 ▲미전술핵무기의 서독주둔문제▲체3세계에 대한 무기 수출문제에 집중되어 격화되고 있다.
이외에도 「노르웨이」 노동당은 금년들어 지도층 내분끝에 「브룬틀란트」여사가 당수직을 이어받아 첫여성 수상으로 취임했고「네덜란드」 노동당은 미국핵 미사일의 국내배치문제를 둘러싸고 분열돼있다. 「포르투갈」의 두회당, 「벨기에」사회당의 분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같은 위기의 윈인은 이론적인 순수파및 현실론자들의 대립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반화되어 설명되고 있다. 이론적, 순수파란 복지정책 확대및 산업국유화라는 전통적인 사회주의의 원칙에 충실하려는 그룹을 일컫는데 반해 현실론자들은 온건한 정책을 취해 대중의 폭넓은 지지기반을 다지려는 계층을 일컫고 있다.
아울러 현재 서구자본주의 경제의 불황에서 사회민주세력의 위기원인을 찾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 「유럽」 좌파의 융성은 자본주의의 변영에 힘입어 왔다. 자본주의사회 침체와 함께 사회주의 세력도 쇠퇴하게 마련이다』는 역설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더 현실적인 이유로는 미·소를 상대로한 「유럽」의 정책에 대한 분열에서도 보인다.
소련공산당 지도노선에 대한 각국 사회· 공산당의 의견대립, 미국의 「유럽」에서의 역할을 둘러싼 격론이 그들의 내분을 부채질해왔다. 이 문제는 곧바로 「유럽」의 안정을 지탱해 주고있는 동서 데탕트 (긴장완화)의 운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관한한 「유럽」사람들의 견해는 대층 일치하고 있다.
대소강경책을 내세우는「레이건」미행정부의 등장으로 미·소관계가 악화되어 「유럽」의· 안정까지 위협받아서는 안된다는 걱정이다. 뿐만 아니라「레이건」행정부의 등장으로 미국이 외교·경제정책면에서 「유럽」에 강제적인「협조」를 요구하리라는데 대한 경계심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유럽」사회주의 세력이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에서 「프랑스」사회당이 승리할수 있었던 요인중의 하나로 이러한 대미관계를 꼽는 의견도 있다.『미국이 우선회하면 「유럽」 사람들은 기겁하여 좌선회하는 경향이 있다』는「프랑스」사회당 좌파의 지도자인「장·시베느망」의 설명이다.
「프랑스」사회당 승리의 원인은 이러한 사회민주세력의 일반적인 성향에서 보다는「프랑스」국내의 정치적 사정에서 찾는 의견도 강하게 대두하고있다. 「프랑스」사람들이 사회주의 정당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지스카르」 대통령 개인에 대한 권태감과 장기집권에 대한 견제의식이 이번 선거에 크게 작용했다는 의견이다.
서구사회주의 세력이 퇴조하는 가운데서 유독 정권을 잡지 못하고 있던「프랑스」사회당이 집권할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장기집권·권위주의를 경계하는 이러한 서구시민 의식의 자각에 힘입은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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