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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아니라 도로 함몰이다" 서울시 주장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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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26일 대구시 황금동에서 2m 깊이의 도로 함몰이 발생했다. 최근 일주일간 대구뿐 아니라 서울과 광주등 대도시에서 잇따라 지반 침하가 일어나 지자체와 정부가 원인 조사에 나섰다. [뉴스1]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청 앞에서 인부들이 싱크홀 발생에 대비해 하수구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서울시는 28일 도로 함몰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용어정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서울시 도시안전실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지반침하는 ‘싱크홀(sinkhole)’이 아닌 ‘도로 함몰’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석회암 지대가 지하수에 녹아내려 지표면에서 지하까지 거대한 구멍(싱크홀)이 발생하는 해외의 재난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4년7개월간 발생한 도로 함몰(10㎝ 이상) 3119건 중 2636건(85%)이 하수관 손상으로 발생했다. 이 중 가로·세로 2m 이상은 21건으로 3% 미만이다. 환경부가 집계한 지반침하 사례의 약 80%가 하수관 누수로 집계되기도 했다.

 서울시가 대책을 발표하며 이같이 용어정리에 심혈을 기울인 건 국내 지반침하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영역에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질학자들은 불가항력의 재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싱크홀이 불필요한 불안감을 낳아 사회적 비용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일어난 싱크홀은 어떻게 발생했을까. 첫째는 지표면이 수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조금씩 침하하는 경우다. 또 다른 하나는 2010년 발생한 과테말라 싱크홀(깊이 30m)처럼 지표면이 갑자기 가라앉는 경우다. 미디어가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영상 자료는 대부분 과테말라의 경우다.

학계에선 석회암 지대에서 자연 발생하는 지반침하를 싱크홀로 명명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경우처럼 난개발로 인한 지반침하에 대한 정확한 명칭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싱크홀이란 용어가 쓰인 지 2년이 안 됐다”고 했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도로 함몰과 같은 행정용어, 지반침하와 같은 딱딱한 학문 용어, 싱크홀 같은 수입된 단어가 혼재돼 있다.

 최근에 등장한 또 다른 단어는 ‘동공(洞空 )’이다. 석촌지하차도 지하에 뻥 뚫린 동굴 같은 것이 발견되며 이 같은 용어가 생겨났다. 하지만 기본적으론 난개발에 따른 지반침하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강인식·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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