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가락에 실린 아프리카 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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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프리카에서 온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그 옆에서는 한국인이 장구를 두들기고 대금을 분다. 거문고 등 전통 국악기와 피아노·색소폰 등 서양의 악기를 혼합 연주하는 재즈 뮤지션들이 등장한다. 29일부터 30일까지 광주광역시 금남로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에서 열리는 ‘2014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다. 문화체육부는 오는 10월 문화전당 준공을 앞두고 이 같은 행사를 준비했다. 행사의 콘셉트는 문화전당을 국제 문화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의미에서 ‘동·서 음악의 융합’으로 정했다.

광주시 동구 옛 전남도청 자리에 짓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5년 7월 정식 개관하는 이곳의 공연장과 전시장 등 내부 시설은 모두 지하에 설치했다. 지상은 공원이나 광장으로 꾸몄다. [프리랜서 오종찬]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요 프로그램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전통 노래·악기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한-아프리카 콜라보레이션(협연)’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수 봉게지웨 마반들라(Bongeziwe Mabandla)가 노래를 부르고, 모잠비크의 마추미 장고(Matchume Zango)는 북 모양의 악기인 팀발라를 연주한다. 또 한국의 전통 타악기 연주자 장재효는 장구를 두들기고, 이아람은 대금을 연주한다.

모잠비크 연주자 마추미 장고, 미국 작곡가 카쉬 케일,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수 봉게지웨 마반들라, 대금 연주자 이아람(위쪽부터). [사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모자이크 코리아’팀도 무대에 오른다. 한국의 20~30대 뮤지션 17명으로 구성됐다. 거문고·대금·장구·아쟁 등 전통 국악기와 피아노·색소폰·전자기타·드럼 등 서양악기를 한자리에서 연주한다. 유네스코가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한 종묘제례악 등을 선보인다. 페스티벌에는 한국·프랑스·노르웨이·인도·미국 등 9개국에서 초청된 80여 명의 음악인이 공연한다.

 뮤직페스티벌 계명국 음악 조감독은 “문화전당 건립 취지에 어울리게 동·서양 소통, 전통·현대의 융합 등 현대 예술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문화전당은 금남로 옛 전남도청 자리에 짓고 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함에 따라 정부 주도로 건립이 추진됐다. 2005년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이전한 직후 착공됐다. 사업비 6800여 억원은 전액 국비다. 규모와 시설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다. 부지 16만1237㎡은 국립중앙박물관보다 크다. 현재 공정률은 96%이며 정식 개관 시기는 내년 9월이다.

 복합문화시설인 문화전당에는 민주평화 교류원, 문화 창조원, 아시아 예술극장, 아시아 문화 정보원, 어린이 문화원 등 5개의 큰 건물이 들어선다. 아시아 각국의 신화·설화 등에 대한 방대한 자료(영상·기록물 등)를 모아 둔 ‘라이브러리 파크’도 있다. 2000석짜리 예술극장 대극장은 무대·객석이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무대를 중앙으로 옮기면 마당놀이 공연도 가능하다.

 전체 공간의 설계도 독특하다. 공연장·전시장 등 내부 시설은 모두 지하(1~4층)에 설치했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비슷한 구조다. 건물 지상은 공원이나 광장으로 꾸며진다. 문화전당 부지 한 복판에는 안개 분수대를 갖춘 광장(1만㎡)이 있다.

 문화전당 측은 과학·노래·춤·연극·미술 등이 결합한 새로운 양식의 예술도 개발하기로 했다. 병영체험을 테마로 동아시아와 미국과의 관계 등을 다룬 연극 등이다. 가난한 아시아의 예술인들에게 창작비 등을 주는 개발원조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김성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은 “함평 나비축제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제적인 창작·관광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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