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정치연합, 조건 없이 즉각 국회로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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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는 세월호 문제에 대한 민심의 줄기를 잘 보여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장외투쟁은 잘못된 것이며 국회가 세월호특별법과 별도로 민생 관련 법안을 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대쪽의 두 배가 넘었다. 압도적인 다수가 국회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민심은 새로운 게 아니다. 지난 7·30 재·보궐 선거에서도 유권자는 세월호 사건을 과도하게 이용하려는 야당에 참패를 안겼다. 서둘러 사태를 합리적으로 수습하고 경제 살리기와 국가개조에 나서라는 뜻이었다.

 여론조사의 민심이 사태를 움직이고 있다. 어제 유가족 김영오씨는 46일 이어온 단식을 중단했다. 동조 단식하던 문재인 의원도 멈췄다. 유가족들은 릴레이 단식을 공언했지만 단식 같은 과격한 투쟁의 동력은 많이 떨어졌다. 야당 내에서는 장외투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서 장외투쟁의 중단을 주장했다. 김영환·황주홍 등 장외투쟁 반대 서명을 주도했던 의원 15명은 방송 등에서 계속 장외투쟁을 비판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심각한 문제는 다수가 ‘당의 정상화’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소수 강경파의 눈치를 보느라 이를 공론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명파 황주홍 의원은 “20~30년 경력을 가진 운동권 전사(戰士) 출신의 강경파가 의원총회 분위기를 지배한다”며 “국가개조보다 우리 당 개조가 더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당 안팎에서는 다수 의원이 장외투쟁에 반대하면서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못하는 이유는 2016년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2012년 공천 때 당은 공개적으로 후보의 정체성을 중시한다고 천명했었다. 야당에서 정체성은 투쟁의 선명성, 충성도 등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야당의 개혁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는 1997년부터 10년 동안 총리를 지내면서 진보정당 노동당의 개혁을 이끌었다. 그는 진보정치를 낡은 이념에서 해방시키고 좌와 우를 아우르는 ‘제3의 길’을 걸어갔다. 그도 “영국을 개조하는 것보다 노동당 개조가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야당이 장외로 뛰쳐나가 국회는 마비상태다. 2013년도 결산안 처리나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활동의 시한은 8월 말까지다.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결산은 미뤄지고 국정조사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9월 1일 정기국회가 열리지만 새정치연합이 방침을 바꾸지 않는 한 경제·민생 법안의 처리는 요원한 실정이다.

 새정치연합은 아무런 조건 없이 즉각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장외로 떠돌 게 아니라 국회로 돌아가 열심히 법안을 처리함으로써 서민과 중산층의 노고에 답해야 한다. 그리고 블레어가 했던 것처럼 서민을 중산층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그게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