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전속 거리 거의철시상태|샌즈 초상화들고 심묵시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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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밤중인데도 「보비·샌즈」의 죽음은 삽시간에 구교도들이 거주하는 서부 「벨파스트」 전역에 알려졌다.
새벽 1시30분쯤 청년들이 사이렌을 울리고 양철쓰레기뚜껑을 두드리면서 거리를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청년들과 여인들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와 명복을 비는 기도를 드리는 옆에서 화염병이 길거리에 던져지고 골목입구에는 강탈된 자동차로 바리케이드가 세워졌다.
곳곳에서 자동차가 불타 연기가 솟아오르고 간간이 총성도 들렸다.
보안군이 나타나면 돌팔매질이 시작되었고 화염병이 쏟아졌다. 보안군은 이에 고무탄을 쏘아 맞섰다.
불도저가 출동해서 돌팔매가 쏟아지는 속에서 길을 막은 자동차를 끌어내고 나면 어느새 새로운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이런 대치 상태가 서부및북부「벨파스트」에서 하루종일 산발적으로 계속되었다.
기자는 이날 아침 차를타고 폭동이 가장심한「팔스로드」와 「스프링필드로드」 일대를 돌았다.
길거리에는 밤새 투석전으로 병들과 나무토막, 타버린 화염명의 시커먼 자국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골목 어귀를 막은 자동차에서는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팔스로드」에서 남쪽으로 벗어난 「브로드웨이」쪽으로 들어 갔을때 화물차가 1대 길가운데서 막 점화되고 있었다.
10여명의 젊은이들이 거기에 돌을 던지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12∼14세 정도의 어린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옆에 있던 한 남자는 이차가 군부대에 보급품을 싣고가던 차라고 말했다.
군순찰차가 옆으로 지나가자 길거리에 나와섰던 한남자는 기자를 중국인으로 오인한듯 『저놈들이 바로「말라야」에서 너희들을 괴롭히던 놈들이다』고 고함지르고는 골목으로 피해갔다.
IRA의 정치기구인「신·페인」본부 건물앞에는 30여명의 남녀가 「보비·샌즈」의 초상화를 들고 도로 중앙선에 일렬로 서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까 총구만 남기고 완전히 밀폐된 장갑차가 옆으로 질주해 지나가는데 총구안에서 『바보천치자식들』하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위하던 한 젊은이는 말없이 손가락을 치켜들어 음란한 표시를했다.
「신·페인」본부건물 주위에는 테이블크기만한 바위들이 성처림 쌓여 있었다. 과거 신교도테러단으로부터 여러번 폭탄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자동차의 접근을 막기위한 것이라고 한 요원이 설명했다.
길가의 집 창문에는 검은색조기가 나부끼고 가끔「에이레」공화국의 3색기가 걸려있었다.
이날밤 9시 다시 이곳을 왔을때는 투석전이 방금 끝나고 군인들과 폭도들이 전열을 서로 재정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거리 가운데는 화염병이 불타고 었었고 도로는 여기저기 장애물로 차단돼 있었다. 자동차도 곳곳에서 불타고 있었다.
나오는 길에 차단된 도로를 피해 다니다가 차가 잘못해 대치상태의 가운데로 뛰어들어 급히 U턴을 하게되었는뎨 다행히 쌍방은 기자가 탄 차를 보고만 있었다.
안전거리로 빠져나온후 『차가 파괴되면 어쩔뻔했느냐』고 운전사에게 물으니까『차는 새로 살수 있지만 목숨은 하나뿐』이라며 찡긋 웃는다. 일단유사시에는 승객을 두고 혼자 뛰겠다는 노골적인 암시여서 그를 더이상믿지 않기로 했다.
이날의 폭동은「벨파스트」시민의 30%를 차지하는 가톨릭주민들이 밀집해사는 이도시의 서부와 북부에서만 일어났다.
자기들 동족이 사는 구역안이니까 폭력은 사유재산 대신 길바닥과 지나가는 경거량, 그리고 이 지역에 위치한 경찰서에 주로 집중되어있다. 지나가는 차를 가끔 강탈해서 바리케이드로 쓰거나 방화하기도 하는데 그 목적은 보안군의 접근을 막아 치안을 마비시키려는데 있고 일반시민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피하려는 양상이 뚜렷했다. 구교도와 신교도 주민 사이의 충돌은 이날 없었다.
그러니까 하루종일 1백여군데서 끊임없이 불길이 솟았지만 첫날의 인명피해는 21명부상에 그쳤고 건물피해는 여섯군데 정도로 끝났다.
그리고 도시의 3분의2인 신교도구역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이 계속되었다.
최악의 상태는 폭력이 IRA의 주도로 신교도구역으로 번질 경우다.
이 경우 폭동은 신교도·구교도·보안군사이의 3파전으로 걷잡을수 없게 확산될 위험이 있다.
「보비·샌즈」지지자들은 그의 장례식을 모독하지 않기위해 폭력행위를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는데 위험한 고비는 그의 장례식이 거행될 7일이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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