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무관심 속에도 꾸준한 활동-전국 시조운동의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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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조시인의 단체로는 시조시인협회가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왔고 지방동인의 활동이 시조운동의 핵심을 이루어왔다.
시조시인협회와 지방동인지는 정부당국의 지원부족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도 꾸준한 활동으로 기반을 넓히고 있다.
시조시인협회와 지방동인들의 활동을 알아본다.
시조시인들의 단 하나의 모임인 시조시인협회는 지난64년12월 창립되었다.
창립 당시 회원은 30명으로 가량 이병기씨(작고)가 초대회장을 맡았다. 현 회장은 이태극 씨(3대).
이은상 이태극 고두동씨 등 원로와 이상범씨 등 신진들이 모인 시조시인협회는 『시조는 우리문학의 뿌리이다. 한국문학에 우리의 전통문학인 시조가 정착해야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의로운 출범을 했다.
시조시인협회는 60년6월 이태극씨에 의해 창간호를 낸 「시조문학」을 협회지로 흡수했다.
「시조문학」지는 73년까지 부정기간행물로 32집까지 내고 74년10월부터 계간 전문지로 연4회씩 나와 81년 봄호까지 총56호가 나왔다.
시조시인협회는 72년 광주에 지부를 설치했고 부산에는 올봄에 지부가 생겼다.
시조시인협회가 벌이고 있는 사업은 ▲연간 집 발행 ▲세미나를 들수 있다. 시조시인들의 작품을 수록하는 연간 집은 72년부터 80년까지 7권이 나왔다. 현대시조의 당면문제를 다루는 세미나는 그동안 서울5회, 대전1회 등 6회에 걸쳐 열렸고 올해는 5월10일 서울교의 남한산성에서 있을 예정이다.
시조 짓기 백일장도 민족문화협회와 공동주최로 2회 실시했었으나 지금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시조시인협회는 시조를 국민 속에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자금부족 등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있다. 창립된 지 17년이 지나도록 사무실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
문예진흥원으로부터 받는 지원은 연간집 발행에 50만원, 세미나 때 40만원, 시조문학지 1회 발행에 30만원씩 연1백20만원 등 연간 총 2백1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시조시인협회에서는 지난3월 정부와 문예진흥원당국에 시조강좌·지방백일장· 교사상대강좌 등을 위한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나 반응을 얻지 못했다. 또 초등학교교과에 시조 짓기 시간을 넣자는 주장도 관철시키지 못했다.
시조시인협회가 전국적인 규모로 큰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비해 지방의 시조동인들은 비교적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동인지를 내면서 지방문단에 뿌리를 내린 동인모임은 14개.
대구의 「낙강」, 광주의 「시조문예」, 대전의 「거령」, 부산의 「볍씨」가 대표적이고 강원의 「나래」, 제주의 「정방」, 서울의 「크낙새」 「신서정」 등도 자리를 잡고 있다.
또 순수시조 동인지는 아니지만 시조시인이 활약하고 있는 동인지로는 춘천의 「들기와」, 광주의 「무등문학」 등이 있다.
경남 고성의 「율」, 대전의 「청자」, 서울의 「현대율」등 동인지는 5∼10집씩을 내는 등 착실한 활동을 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지방동인지는 시조시인들의 절실한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시조시인들은 그들의 작품을 발표할 지면이 없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동인지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었다. 시인 이상범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된 시조 8백편 중 계간지인 「시조문학」지에 실린 것이 50%인 4백여편이고 지방동인지에 나머지 35%가 실렸다.
중앙지인 「한국문학」 「현대문학」「월간문학」 「시문학」 등에 실린 것은 전체의 15%도 되지 않았다.
지방시조시인들은 동인지를 만들어 작품발표지면을 얻고 시조보급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로 부산·광주에서는 중·고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시조 지가 나왔고 대구에서는 대구남산여고 출신들이 내는 시조문학지 「한얼」이 나오기도 했다.
지방동인지의 애로는 역시 자금부족. 문예진흥원의 지원은 인색하여 제작비 지원을 받는 것은 「볍씨」「시조문예」 뿐이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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