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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의「세대교체」바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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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시대의 개막과 때를 같이해서 세대교체·신진대사의 바람이 법원·검찰에 이어 외교가에도 불고 있다.
50년대에서 70년대 초에 이르는 우리외교의 발아기와 성장기를 대표했던 22명의 비중큰 대사급 외교관이 후진양성 또는 일신상의 이유로 이미 연초에 소리 없이 자리를 물러났다.
해외에서 한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 신분의 특수성을 감안해 조용히 치러진 이 세대교체는「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시대적 요청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바람은 아직 멎지 않고 더 폭넓게 불어올 조짐이다.
외교관에 대한 연령 및 계급정년치를 도입, 외무공무원의 신진대사에 초점을 둔 새외무공무원법의 발효는 앞으로 불어올「개혁」의 풍속이 더 빠르고 강력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새법의 발효로 13명의 원로급 외교관의 퇴진이 불가피하다.
또 작년 말이래 미뤄졌던 3급 이상 2급 이하 중견외무공무원 40여명이 퇴진하게 된다.
줄잡아 80명 가까운 윈로 및 중견외교관이 자리를 물러나는 반면 뒷자리를 메울 후속승진 인사도 1백20여명 선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외무부의 인사바람은 정부수립 후 최대규모여서 문자그대로 혁신적이다.
이 같은 개혁의 바람을 새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적극외교 자주외교를 표방하고 나선 우리외교가 극복해야할 전환기의 한 전통이기도 하다.
그 동안 외교관의 인사정체가 하도 심해 외교관 경력의 반 이상을 공판장으로 지낸 사람이 있는가하면 60년 후반기 이후 고시합격자는 대사한번 못하고 외교관생활을 끝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있었다. 작년말 과학기술연구소에서 조사한 바로는 어떤 수술이 없는 한 외교관이 사무관과 서기관으로 만 20년을 보내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흔히 층 없는 전쟁으로 비유되는 외교전은, 더구나 우리 같은 남북외교 대결의 상황에서는 보다 끈질기고 전투적일 것을 외교관에게 요구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일부 외교관의 안이한 자세는 비판의 표적이 되어왔다.
그렇다고 과거의 반성을 넘어서 국력이 보잘 것 없던 시절 고군분투해야했던 고참외교관들의 공적과 애탄을 일소에 붙여서만도 안 될 것 같다.
외교기술과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는 만큼이나 풍부한 경륜을 잃지 않는 슬기도 필요하다.
이번 외교관의 신진대사가 만의 하나라도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유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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