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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의 대비심 흠모광경 등 담아|통도사서 발견된 고려 금자사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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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0면

고려 초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금자사경의 공개(24일 양산 통도사)로 학계에서는 사경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기를 띨 것 같다. 정확한 연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번 공개된 고려사경은 사경연구에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경의 품격은 왕이 발원해서 이루어 진 것을 뛰어난 것으로 보는데 이번 사경은 그렇게는 볼 수 없어 아쉽다는 것이 천혜봉 교수(성대)의 견해다.
소승불교에서는 경전의 전수가 스승의 구전에 의해 이뤄졌으나 대승불교에서는 사경을 주로 권장했다.
역사상 사경이 처음 이뤄진 시기를 기록으로 남긴 것은 「대사」(Mahavansa. 인도의 역사). 여기에 기원전 29년∼17년 사이에 「스리랑카」 삼장이 사경했다고 기록돼있다. 그러나 형식을 갖춘 최초의 사경은 기원후 2세기 이후로 보고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특히 신라 때 사경이 왕성하게 이뤄졌다. 경덕왕 때의 「백지묵서 화엄경」이 남아있어 국보(1백96호)로 지정돼 있으며 인쇄술의 발달에 따라 점차 쇠퇴했다.
이번 발견된 「감지금자화엄경」의 연대에 대해 천혜봉 교수는 l3세기로 추정했으나 고종연간에 이뤄진 해인장경판각 연대보다는 앞서는 것으로 보았다. 천 교수는 이 사경의 보존상태로 보아 복장본(불상을 만들 때 가슴속에 넣는 책)으로서 오래 전에 복장에서 꺼내진 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오늘에 이른 것으로 보았다.
이 사경 두루마리는 파란색 한지에 금물로 쓴 것(감지금자사경). 파란바탕에 은물로 섰을 경우를 「감지은자사경」, 갈색바탕에 금물(금니)로 사경한 것을 「상지금자사경」이라 하며 백지에 묵으로 쓴 것을 「백지묵서경」이라고 한다.
초기의 사경은 「화엄경」 「법화경」 등 큰 경전을 썼으나 후기에는 「금강경」 「아미타경」 「반야심경」 등 분량이 적은 경을 주로 썼다.
이번 사경은 80권 「화엄경」 중 46권 째인 「불불사의법품」. 화엄경의 한역본에는 동진의 「불타발타라」가 번역(AD359∼429) 한 「60권 화엄경」 (이를 「진본」 또는 「구역본」이라 함), 당 칙천무후시대(AD652∼710)에 「실차난타」가 번역한 80권본(「주본」 또는 「신역화엄경」이라고 함), 당 정원 14년(794년)에 「반야삼장」이 번역한 40권본(이를 정원경이라 함) 등 3개의 이역본이 있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주본」(80권 화엄경)중 46권이다.
80권 화엄경에 의하면 「석가모니」 세존은 정각을 이룬 이후 7군데로 장소를 옮겨가며 9차례의 설법을 하는데, 이 사경은 그 가운데 「보광명전」에서 실시한 7번째의 설법을 담고있다. 이곳에서 석가모니불은 깨달음의 불가사의한 진리(법)를 「청련화장」보살로 하여금 「연화장」보살에게 설명하는 형식을 빌어 설법하고 있다.
청련화보살이 설명한 부처님의 오묘한 과덕은 모두 32종 3백20조목인데 이 두루마리 속에는 20종 2백조목이 사경돼있다.
두루마리 앞에 그려진 변상도는 이 같은 내용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 중앙에 「비로자나불」을 둘러싸고 좌우의 보살과 공간사이에 보이는 십방의 제불이 불타의 묘지혜 무애광대심대비심 해탈도 등을 흠모하고 숭앙하는 광경이다. <안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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