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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일관계의 전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일양국은 외상회담을 오는 6월초 동경에서 열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고 구체적인 의제절충호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정상회담과 한불외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이때 한일관계의 정상회복이 새공화국의 외교적핵심 과제라는 점에서 두나라 외상간의 첫대좌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한일간의 현안문제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한반도정세에 대한 두나라 정부간의 인식차이를 어떻게 좁히느냐와 무역역조의 시정등 호혜적인 경제관계를 어떻게 정입하느냐로 요약할 수있다.
안보문제와 경제협력이란 두가지 문제는 본래 유기적관계를 가진 부가분의 문제다.
이런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전대통령취임식때 방한한 「이또」 (이동정의) 외상에게 이미 전달 되었다. 한국은 공산주의의 위험에 대항해서 GNP의 6%를 국방비에 쓰고있다. 그것이 간접적으로 일본의 이익이 되고있기 때문에 일본은 수익자로서 한반도의 안정에 대한 한국의 공헌을 평가해서 경제협력을 해야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인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일본은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관한 기본인식에서, 우리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한미양국이 분명히 의견일치를 본 『북괴의 남침위협』을 일본은 『위협이 없다』는말로 부인해 버렸다. 「이또」일본외상은 「헤이그」미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이런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4월로 예정되었던 한일외상회담이 연기된 가장 큰 까닭은 여기에 있었다.
어느 나라건 자국의 견해를 다른쪽에 강요할수는 없는 일이지만 안보문제에 관한한 당사국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이 순리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일본은 지금 미국으로부터 방위비를 늘리고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으라는 압력을 받고있다. 한국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지만 우리가 일본에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협력인 것이다.
일본은 기회였을 때마다 한일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스즈끼」(영목선행) 수상은 『일본의 대외정책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것은 한일친선이며 앞으로도 이를 실천할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때 대한편향보도로 한일간의 파고를 높게했던 일본의 언론도 일본의 대한협력은 민주주의진영의 안전보장과 한국문제의 평화적해결을 위한 환경조성에 공헌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요컨대 한국의 안보가 일본의 안보에 직결된다는 인식은 분명히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일이 벌어지면 남북분단이란 우리의 약점을 이용해서 북한카드를 들고나오는 것이 일본이다. 「이또」외상이 『남침위협이 없다』고 고집하는것도 이런 시각에서볼때는 한반도에 대한 안보부담압력을 호도하거나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비칠수 밖에 없다.
한반도문제의 핵심인 북괴의 남침위협문제에 대한 공통기반이 성립되지 앉고는 두나라간의 진정한 관계정상화는 이룩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약간의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이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인식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점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일본은 정상적인 경제협력을 하면서도 무슨 큰시혜나 베푸는 듯한 태도를 버리지않을 것이며 재일한국인의 지위향상등 현안의 타결에도 암영이 갈것이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두 나라는 준재의식적으로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현재의식적으로는 반드시 그렇지 못하다. 이같은 현실적인 괴이를 좁히는 일이 두나라 사이의 새로운 우호관계정립의 조건임은 물론이다.
일본의 국익우선을 나무라는 것이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일본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 소승적인 국가에 고이즘인지, 아니면 공존공영을 위한 국제질서를 존중하는 것인지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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