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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먼디·사운드」를 서울서 듣는다-필라델피아 교향악단 내한공연 김원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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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주의 수많은 천체들의 운행이 음악적인 조화를 이룬다고 한 「피타고라스」의 말처럼 오만가지 악기들이 화합하는 오케스트라야말로 지상의 음악이면서도 우주적인 하모니를 이루는 거대한 소리의 심포지엄이다. 「밀리언·달러·사운드」라고도 불리는 「필라델피아·오키스트라」가 명예지휘자 「유진·오먼디」와 함께 이 찬란한 5월에 찾아온다는 것은 우리 악단으로서는 획기적인 성사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5월27일 하오2시·28, 29일 하오7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중앙일보초청>
더구나 올해 82살인 「오먼디」옹은 나이가 많아 앞으로 다시 한국에 오기 어려울테니 이번에 그가 누구를 이끌고 온다는 것은 한국 음악팬들로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소중한 기회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오케스트라는 유독 「오만디·사운드」니 하는 찬사를 받고있는데 그 까닭은 이를데 없이 호화롭고도 풍부한 음색으로 연주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오케스트아는 세계적인 명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최고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비롯하여 「과른네리우스」 등 백만 달러가 훨씬 넘는 희귀한 악기들로 해서 「밀리언·달러·사운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필라델피아·오키스트러」는 제3대의 상임지휘자였던 「레오폴드·스토코프스키」시대부터 제4대 상임지휘자인 「유진· 오먼디」시대까지 세계 어떤 오케스트라보다도 단원에게 보수를 많이 주어 역망 있는 음악가들을 끌어들였던 전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는 1900년 창설됐는데 1912년부터 24년 동안 「스토코프스키」가 세계 제 1류 급의 오케스트라로 끌어올려 「스토코프스키 배치」라고 불리는 오케스트라가 악기의 배치와 교묘한 음향 효과 등으로 참신한 음악을 들려주는가 하면 현대 음악도 많이 소개하여 미국 음악계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1938년 「유진·오먼디」가 음악감독에 취임하여 l979년 은퇴하기까지의 41년간이란 반세기에 걸쳐 「스토코프스키」가 이룩한 바탕 위에서 더욱 연마하여 「밀리언·달러·사운드」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는 고도의 예술성을 지닌 오케스트라로 길러낸 것이다.
1979년에 젊은 귀공자 「리카르도·무티」가 제5대 상임 지휘자로서 취임하기까지 「오먼디」가 이룩한 성과는 너무나도 크다. 그는 1899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는데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에 재능이 뛰어나서 5살 때 왕립음악원에 입학하여 신동이라고 불렸으며 18살 때 졸업한 2년 뒤에는 「헝가리」국립 음악원 주임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의 영광을 누리기까지 파란이 많았는데 우선 그 하나가 1920년 바이올린 연주여행을 하기 의하여 미국에 건너갔을 때 매니저를 잘못 만나 빈털터리가 되어 입에 풀칠을 하느라고 갖은 고생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는 그 뒤 다행히 뮤지컬 따위를 하는 3류 극장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이 실력이 인정되어 곧 콘서트마스터가 되어 지휘도 하게되었다.
그러다가 32살 때 「토스카니니」의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그 대신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를 객원지휘하여 크게 성공하자 곧 「미니애플리스」교향악단에 초빙되어 5년간 상임지휘자로 있었으며 37샅에 「스토코프스키」와 공동으로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지휘자로 발탁됐다. 2년 뒤 마침내 음악감독으로 승격되어 41년간 그 자리를 지켜 오면서 스스로 만들어 낸 「오먼디·사운드」로 지금까지 청중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이다.
「오먼디」는 탁구선수이기도 한데 재빨리 공을 받아치는 운동신경이 날카로운 때문인지 솔로 악기와의 대화를 나누는 협주곡 연주에 더욱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특기할만하다.
더구나 그는 3년전에 왔을 때 한국에서 받은 인상이 매우 좋아서 이번에 또 찾아오게 되었는데 그가 한민족과 같은 「몽꼴로이드」계통의 「마잘」측의 혈통을 이어받고 있는「헝가리」사람이라는 데에도 어떤 역사적인 친화력을 느끼게 한다.
그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오먼디·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더욱 큰 기대를 갖게되는 것이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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