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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급변하는 사회변동의 와중에서 하나의 가정을 보호·유지한다는 것이 몹시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가정은 물론 현대화의 열풍속에서도 아직도 원초적 인간관계의 모습을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집단중 하나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뿐만아니라 한국의 가정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전통의 맥낙을 비교적많이 유지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있다.
하지만 그 우리가족제도나 우리가정형태에도 최근엔 심각한 변화의 진통을 감출길 없는 것이 현실이며, 그때문에 갖가지 부작용과 병적증세가 노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각 가정이 겪고있는 대표적 진통은 부부문제·자녀문제 혹은 노인문제와 여성문제등으로 집약되곤한다.
전통적 가부장제가 현대의 핵가족제로 전이되면서 가장의 역할이 약화되고 상대적으로 주부의 역할이 커진데서부터 부부간 이해와 대화의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
또 주인의 위치에서 종속가족으로 변화하는 노인문제는 단지 부양문제만이 아니라 부모·자식사이의 소외문제에까지 발견하고 있다. 40대이후 주부들은 흔히 갱연기의 우울증과 허탈감으로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기도한다.
결국 이런 가정의 문제들이 집약적으로 표현되는것은 이혼이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79년 한햇동안 전국의 이혼심판청구사건은 78년에비해 23%나 늘어났고 70년보다는 무려 2백10%나 증가한 1만2백88건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물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점차 높아지고 개인주의사상이 제고된 결과라고 좋게 분석할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혼의 원인으로서 부정이라든가 악의적 유기나 학대가 가장 많고 이어서 성격차이나 생활고, 고부간 불화나 낭비벽·부임·생적불만등은 극히 적은 비율로 나타나고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혼」의 결과로 자녀의 정상적인 양육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이혼」의 관행화에 따르는 사회윤리의 전반적인 불균형이 간과될 수 없다.
이혼한 부부의 자녀들은 유아기에서부터 부모의 애정이 결핍된 비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면서 점차 비행성을 띠게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알려진바다.
이는 인간을 가능한한 정상적으로키워야 한다는 윤리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문제의 해소라는 필요의 측면에서 보아도 불행한 사태가 아닐수 없다.
그렇다고 이혼을 무조건 죄악시한다거나 병든 가정을 외견상만 건강한것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것은 아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행복을 추구할권리가 있으며, 생활의 기본단위인 가정에서 그것은 더욱 절실한 것이다.
현대사회의 가치판단기준에서 볼 때 애정과 이해가 결핍된 결혼을 무리하게 일방적 희생으로 감내한다는 것은 오히려 비합리적이며 무모한 일이기도 하다. 행복할수 없는 부부는 아예헤어지는 편이 서로 좋을수도있다.
하지만 결혼은 인간결합의 형식이며 계약일뿐 아니라 천윤관계의 서약이기도 하다는 인식은 있어야겠다.
이혼은 예전처럼 거의 생각할수없는 것으로 존재할수는 없지만 가능한한 이혼을 예상하는 결혼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그런 진지성은 결혼 처음부터 기대함직하다. 그러니까 오늘의 이혼급증현상은 「결혼」에 대한 가치정향의 평가절하의 위험성으로 심각히 받아들여야겠다.
우리의 현실이 비록 전체결혼의 3분의1이 이혼으로 끝나는 미국사회같은 형편에는 이르지 않았다해도 이혼의 급증현상을 우려하며 이에 대비하여 가정의 평화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할 시기에 이른것만은 분명하다.
우리의 가정이 현대화의 파동속에서 지나치게 개인만을 강조함으로써 가족 모두의 안정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하겠다.
그러니까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정윤리와 현대적인 개인주의의 절충이 오늘의 가정문제의 핵심이 된다고 할수 있다.
현대가정에서 그 성원들이 담당하는 역할은 달라졌을지언정 사람과 이해와 협조로써 가족 모두의 연대감을 높이며 행복을 나눠갖는 기본정신만은 지켜가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한 것이다.
그 인식가운데서 우리의 가정을 한층 아름답게 지켜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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