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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새 협력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교95년만에 처음있은「퐁세」 「프랑스」외상의 방한은 지금까지 형식적인 우호관계 였던 한·불 두나라 관계를 앞으로는 실질적인 우방관계로 전환시키는 재기를 마련했다.
한국에서 보는「프랑스」는 영어문화권에 버금가는「문화의 프랑스」였지 정치·경제적 파트너는 아니었다. 더군다나「프랑스」에서 보는 한국은 극동의 은둔국으로 국토분단의 비극을 딛고 최근 발돋움하기 시작한 개발도상국으로만 비쳐진 게 사실이었다.
이렇던 두나라 관계가 작년11월 원자력발전소 9,10호기의「프랑스」발주와 이번 「퐁세」외상의 방한으로 상호 정치·경제·과학·문화의 주요한 파트너로 상대방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퐁세」 외상은 이한 기자회견에서 동구권이 먼저 한국을 승인하고 수교하지 않는한「프랑스」가 북한과 수교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것은 소련과 중공이 한국과 대화하지 않는 이상 북한과의 대화는 있을 수 없다고 다짐한 미국과 동일한 입장이다.
「프랑스」는 EC권의 정치·외교·경제의 선두주자로서 북한의 대 서구진출의 목표가 돼왔으며 지금도 그들의 통상대표부와「유네스코」대표단이「파리」에 상주하면서 서구진출의터전을 닦으려고 애쓰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덧붙여 그동안「유럽」안보문제를 놓고 미국과 소련의 중도 노선을 방하고 있는 나라가「프랑스」며, 더구나 10·26 사태 이후 착잡하게 한국을 응시하던 나라가「프랑스」라는 점을 상기할 때 이와같은 인식은 하나의 획기적인 전환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서 한국이 동구권 내지「아프리카」미 수교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함에 있어서, 이들 지역에서 외교적 우위를 차지하고있는「프랑스」가 적극지원을 공언한것은 장래 두 나라 사이의 정치적·유대가 한층 긴밀해짐을 뜻하는 것이다.
한편 두나라 사이의 경제관계를 보면 지금까지는 소규모 교역위주에 불과했으며 「퐁세」 외상의 말대로 『유아기』였음이 사실이다. 78년 한·불교역 규모는 6억5천만달러이던 것이 79년엔 6억 달러, 작년엔 5억 달러로 감소됐다.
그러나 이것도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주축으로 한 두 나라 사이의 교역이 본격화되면 확대 발전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 원자력 9, 10호기의 「프랑스」발주분은 원자로와 연료공급을 합쳐 9억2천만달러이며 완공기일인 88년까지 이만큼의 「프랑스」 상품이 쏟아져 들어옴을 의미한다.
「프랑스」는 이번「퐁세」외상의 방한을 통해 대한쿼터품목의 66% 증가를 선물로 가져왔으나 이것은 금액으로 쳐서 2천만달러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구성되는 한·불혼성 경협 위원회를 통해 보다 넓은「프랑스」시장의 개방이 있을것으로 기대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2,000년까지 40여기의 원자로를 건설할 계획이고 이미 9,10호기가 들어설 울진군에는 13,14호기도 건설할 예정으로 있어「프랑스」원자력시장으로서의 한국은 지금 한참 그 매력을 발산하고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대는 더욱 커지는 것이다.
아울러「프랑스」가 갖고있는 우수한 기술, 즉 지하철과 전철·하수 처리시설· 식량농업기술·제철분야등은 모두 우리가 당장 필요로 하는 기술이므로 이 분야에 대한 기술이전도 바람직하다.
또한가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의 일방통행적 문화교류도 앞으로는 쌍방교류로 탈바꿈돼야 한다. 「퐁세」외상도 문화전통국으로의 두 나라 관계를 강조한바 있거니와 한국미술5천년전의「프랑스」개최는 조속히 추진돼 한국문화에 대한 서구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도 바람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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