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사건 수사 때마다 무고한 시민 피해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강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찰의 우격다짐수사로 무고한 시민이 고초를 당하는 일이 너무 갖다. 특히 윤상군 유괴사건처럼 사회적 이목을 끄는 큰 사건이 터져 수사본부가 설치되면 상부의 독촉과 공명심 경쟁에 쫓긴 일부경찰관들이 죄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며칠씩 끌고 다니며 자백을 강요하거나 폭언과 폭행을 하는 사태가 예사로 빚어지고 있다.
윤상군 사건에 관련, 지난달 31일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에 꼴려갔던 주영순양(29·서울 돈암동 45의 191·양장점 경영)의 경우는 경찰의 우격다짐식수사의 대표적인 케이스.
주양은 31일 하오 5시 30분쯤 서울 명동을 지나다 수사본부요원들에게 연행됐다.
이유를 물었으나 『가보면 안다』는 것이었다.
마포경찰서부근 S호텔로 주양을 끌고 간 경찰은 몸수색을 한 뒤 다짜고짜 『범행을 자백하라』며 욕설과 폭언을 퍼붓고 뺨과 머리에 손찌검을 했다.
주양에 따르면 호텔방에 들어서자 5, 6명의 형사들이 둘러싸며 『이×아, 윤상이는 어디다 묻었느냐』『빨리 불어라(자백)』는 등 폭언과 조롱을 해가며 억지 자백을 강요했다는 것.
주양은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항의했으나 형사반장까지 직접 나서 『네가 범인이다. 네가 범인이 아니면 내 목을 따겠다』는 등 폭언을 계속했다.
경찰은 또 다른 윤상군 유괴용의자인 이모씨가 주양, 그리고 주양의 친구 강모양의 공모사실을 이미 자백했다고 했다. 몇 시간 뒤 낯선 여인(강양)을 주양과 대질시켰다. 그러나 주양과 강양이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말하자 『이×들이 철저하게 교육받았구나』『우리를 속일생각은 아예 말아라』며 주양의 따귀를 마구 때렸다.
경찰은 또 필적감점을 하겠다며 주양의 자필을 요구, 겁에 질린 주양이 글씨를 떨며 쓰자 『일부러 엉터리로 글씨를 쓴다』며 또 따귀를 때리고 진술을 받을 때 쓰던 녹음기로 머리를 치기도 했다.
주양은 1일 새벽 3시까지 꼬박 조사를 받았다.
주양은 새벽3시가 지나서야 형사 7∼8명이 함께 있는 수사실에서 새우잠을 잔 뒤 1일 하오 1시쯤 호텔을 나왔으나 경찰은 현장조사를 한다며 다시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혐의가 밝혀지지 않자 하오 8시쯤에야 풀어주었다.
주양은 비록 하룻밤이기는 하지만 경찰에서 당한 고초를 이기지 못해 3일이 지난 지금까지 얼굴에 멍이든 채 몸져 누워있다.
또 김경식씨(33·가명·목재상직원·군산시 사정동)의 경우, 지난 1월6일 서울 둔촌동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유괴용의자 이희정양(23)과 『교도소에서 서로 알고 지낸 사이』라는 이유로 군산에서 연행돼 1주일동안 사건현장 주변을 끌려 다니다가 역시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밖에도 금당사건 때는 피해자 정해석씨가 실종직전가게로 전화를 걸어 알려준 전화번호((33)2322) 때문에 서울 아현 2동 353의 6 골동품상 아현 목기주인 유기덕씨(52)가 용의자로 몰려 피해를 보기도 했다.
경찰은 정씨 실종일(79년6월18일) 밤 자정쯤 유씨의 서울 광화문 집을 덮쳐 잠자리에든 유씨를 연행, 자백을 강요했다.
경찰은 이 때부터 유씨의 가게에 7∼8명으로 구성된 1개 수사팀을 상추 시키고 유씨를 서울 종로·남대문·동대문경찰서 등 시내 경찰서엘 데리고 다니며 10여 차례 같은 조서를 받아내는가 하면 한 때는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 진술의 신빙성을 시험하기도 했다.
김용학 마포경찰서수사과장은 『용의자취조과점에서 주양이 조서작성 중 순순히 응하지 않아 담당수사관이 욕설을 약간 한 것으로 안다. 때리거나 억지로 자백을 강요한 적은 없고 수사를 빨리 매듭짓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신문한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