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홍수」 에 맥못추는 시계종주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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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의 시계가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시계산업의 본고장인 「스위스」 도 이젠 기록적인 신장세로 몰려드는 일본시계 앞에 맥을 못추고 있다. 일본시계협회의 추계에 따르면 금년도 일본의 팔목시계 생산은 사상 처음으로 1억개를 넘을 전망이다. 작년에도 . 일본은 전년에 비해 44·6%가 늘어난 8천6백30만개의 팔목 시계를 생산해냈다.
팔목 시계의 생산이 급증한것은 내수가 크게 늘어난데다 「쿼츠」 (수정진자식 팔뚝시계) , 기계식 팔목시계등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 인것으로 일본시계 협회측은 분석하고 있다.
사실 일본의 팔목시계 생산은 최근 5년 사이께 눈부신 신장을 계속해왔다. 75년에 3천22만개가 생산되던 것이 2년후인 77년에는 4천4백73만개, 다시 그 2년후인 79년에는 5천9백66만개로 늘어났고 작년엔 8천만개를 뛰어넘는 엄청난 신장률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5년간의 생산량 신장은 2·85배나 됐다는 계산이다.
일본은 1억개 생산을 돌파할 금년엔 약2천5백만개만 내수로 들리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 수출할 계획이다.
수출대상지역은 주로「유럽」과 중공및 중남미.종류별로는 디지털식 (시간을 숫자로 표시하는것)수정진자 팔목 시계가 3천5백만∼4천만개, 애널로그식 (보통시계처럼 문자판에 장·단침으로 시간을 표시하는것) 수정진자 팔목시계와 기계식 팔목 시계가 3천3백만∼3천5백만개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시계가 수정진자등의 혁명적 기술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석권할 기미를 보이자 다급하게 된것은 지금까지 시계산업의 본고장임을 자처해오던 「스위스」「스위스」에서는 현재 약4천여 「메이커」 가 8천여종의 시계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오메가」를 비롯, 40개의 기업이 모여 조직된 「스위스」시계공업회(SSIH)는 작년 7월말까지 무려 4천2백만 스위스 프랑 (한화-1백38억6천만원)의 누적부채를 기록했다.
「쿼츠」등 선발기술을 앞세운 일본에 시장점유율면에서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주공동체(EC)역내에 대한 일본제 팔목시계의 진출은 괄목할만했다. 시계산업의 메카라고 불리는 「스위스」의 「제네바」에까지 일제「세이꼬」가 비집고 들어섰을 정도.「스위스· 세이꼬」 사의 「스위스」 인 판매부장 「잔·몬티」씨는「스위스」 시계산업의 부진을 솔직이 인정,『「스위스」 는 일본의 「쿼츠」 에 당했다』고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는 얘기다.
SSIH그룹의 79년도 총매상고는 6억6천2백만 스위스 프랑. 그 가운데 쿼츠, 즉 수정진자식을 포함하는 일렉트로닉스계 시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스위스」 제 쿼츠시계의 질은 일본제에 비해 크게 뒤져 아직은 반품·재고사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스위스」의 시계산업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사양화의 추세속에서 사상최고의 생산실적을 올린 메이커들도 수없이 많다. 지극히 질적이 악화돼있는 몇몇 회사가 전체 이미지를 떨어뜨렸을 뿐이라는 게「스위스」시계업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쿼츠」와 같은 대중시계는 일본에 맡겨놓고 전통적인 고급수공시계 생산에 주력, 빼앗긴 팔목시계시장을 되찾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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