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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문화보호법에 따른 학·예술원 재편성- 추천-승인-임명과정에 문제점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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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학·예술원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화보호법 개정안이 입법회의를 통과함으로써 학·예술원은 불가피하게 개편의 진통을 겪게 됐다. 법사위는 양원의 반발을 감안, 기왕의 70세 정년제에 경과규정을 두어 70세 이상이라도 현재의 종신회원 19명(학술 14명, 예술 5명)은 경원에 관계없이 원로회원으로 추대하고 종신을 제외한 70세 이상의 회원 57명(학술 38명, 예술 19명)도 기득권을 인정, 재 임명절차를 밟지 않고 정회원 자격을 주기로 했으나 이 정도로 반발이 무마될 것 같지는 않다. 70세가 안된 회원들은 어떤 업적에도 불구하고 재임명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보호법개정안은 회원을 원로회원·정회원·준회원으로 구분하여 원로회원 45명(학술 30명, 예술 15명), 정회원 1백 50명(학술 1백명, 예술 50명), 준회원 6백 50명(학술 5백명, 예술 1백50명)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현재 정원(학술 1백명, 예술 50명)에 비해 그 규모가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문제는 우리나라 학·예술원이 그렇게 비대해질 만큼 내실을 기해왔는가 하는데 있는 것 같다.
개편될 학·예술원회원의 임명절차는 원로회원이 문교부장관 추천에 대통령 승인, 정회원이 총회 추천·문교부장관승인·대통령이 임명, 준회원이 총회추천·회장임명으로 돼있다.
문화보호법개정안의 목적이 양원의 활성화에 있다고 밝힌 주무부서인 문교부는 개편 작업이 전적으로 총회의 결정에 의거하게 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으나 회원후보의 인선과정, 추천을 받고도 임명과정에서 생길지도 모를 탈락의 경우 등 문제의 소지는 많이 남겨 놓고 있다.
문교부는 학·예술계에서 학회 혹은 예술단체를 단위로 하여 회원 추천을 받아 그 중에서 천거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천거의 기준도 여전히 문제로 남을 뿐 아니라 어떤 단체가 회원을 추천할 수 있으며 어떤 단체가 추천을 할 수 없느냐는 것도 지금 단계에서는 미지수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첫 총회 때는 정원을 모두 구성하지는 않고 연차적으로 경원의 상한선을 채워 나가겠다는 방침인데 이 경우에는 대외적으로 학·예술계 인재의 부족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것이 되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거되고 있다.
특히 학회, 혹은 예술단체 단위로 추천되어 인선된 회원의 수준이 현재회원의 전체적인 수준보다 객관적으로 못 미칠 경우 학·예술원의 활성화를 기한다는 문화보호법개정안이 결과적으로 학·예술원의 평가절하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심심지 않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도 문제는 많다. 가령 개편된 후의 학·예술원의 기능과 정신문화연구원·교육개발연구원 등과 같은 기존 연구기관의 기능이 어떻게 구별돼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중의 하나.
현재의 제도상에서 보면 회원들이 겨우 월 20만원의 연구 수당을 받고 있을 뿐 충분한 연구활동을 뒷받침할 기구 및 제도가 돼 있지 않은 형편인데도 이들에게 학·예술원 회원으로서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학·예술원 일부에서는 평생을 이 나라 학·예술 재건 및 중흥에 몸바쳐온 원로들에게 타 직종에서처럼 정부가 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연구돼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종신회원>
▲학술원= 김두헌(78·윤리학) 이병훈(85·한국사) 유진오(75·헌법) 최규남(83·물리학) 김동일(73·응용화학) 안동혁(75·응용화학) 박동길(84·지질광물학) 윤일중(89·전기공학) 윤일선(85·심리학) 김두종(85·의사학) 김오선(84·생리학) 정문기(83·어류학) 조백현(81·농화학) 이희승(84·국어학) <이상 14명>
▲예술원=이은상(78·문학) 박화성(78·문학) 손재형(78·미술) 박태준(81·음악) 서항석(81·연예) <이상 5명>

<70세 이상회원>
▲학술원=안호상(79·철학) 고형곤(75·철학) 김계숙(76·서양철학) 이인기(74·교육학) 오천석(80·교육학) 권중휘(75·영문학) 이숭령(73·국어학) 정인승(84·국어학) 손자성(77·불문학) 차상원(71·중문학) 김형규(70·국어학) 김재원(72·고고학) 유홍렬(70·한국사) 최태영(81·법철학) 박원선(74·상법) 신기석(73·외교사) 고황경(72·사회학) 권오익(76·상법) 이태규(79·이론화학) 전풍진(72·응용화학) 권영대(73·물리학) 손치무(70·지질학) 이균상(78·건축학) 채위석(73·영양학) 김삼순(72·응용역학) 이내석(76·기계공학) 김종사(81·채광공학) 한귀동(73·약학) 이제구(70·병리학) 이진기(74·해부학) 이세규(76·약리학) 나세진(73·해부학) 현신규(70·조림학) 박승만(77·육종학) 윤상원(81·가축영양학) 박병희(76·잠사학) 이창구(77·농공학) 김성원(75·원예학) <이상 38명>
▲예술원=이헌구(76·문학) 모윤숙(72·문학) 백철(73·문학) 윤석중(70·문학) 김팔봉(78·문학) 이순석(76·미술) 오지호(76·미술) 박득순(71·미술) 박영선(71·미술) 김성태(71·음악) 성경린(70·음악) 김원복(73·음악) 김영의(73·음악) 김세형(77·음악) 이혜구(72·음악) 이상춘(71·음악) 이규환(77·연예) 김천흥(72·연예) 김소동(70·연예) <이상 19명><안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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