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인들 위문가는 할아버지 악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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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60세에서 77세까지의 노인들로 구성된 우리나라 유일의 할아버지 악단이 일본 노인들을 위문하기 위해 일본에 간다.
지난 79년 4월에 창단, 그해 8월 동양라디오의 『잠수무대』프로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그동안 양로원·노인대학·교도소·고아원 등지를 돌며 50여 차례의 위문공연을 가져온 할아버지악단은 25일부터 약 한달간 도오꾜 오오사까 요꼬하마 등 일본 15개 주요 도시의 양로원·노인단체·재일 교포 노인들을 찾아 그들의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할아버지 악단의 이번 일본방문은 1년에 두세 번씩 일본을 찾아 선교활동을 해온 김명규씨(60·할아버지 악단 운영위원장)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초청단체는 국제사회복지협의회 일본국위원회. 할아버지 악단의 일본방문기간 동안 교통비·제재비 등 일체를 부담키로 했다.
창단한지 만2년만에 일본공연을 갖게된 할아버지 악단의 노인 악사들은 송희선(77·전자오르간)·한영철(74·클라리넷)·조처빈(74·하와이언기타)·김화영(74·바이얼린)·이춘식(71·만돌린)·이병상(68·알토색서폰)·최석남(68·기타)·최성재(68·베이스기타)·이연우(67·바이얼린)·신창균(66·드럼)·주귀남(66·아코디언)·한영춘(61·테너 색서폰)·정창룡(60·알토색서폰)씨 등 13명.
리더격인 송희선·한영철 아버지만 빼놓고는 모두 아마추어들이긴 하지만 연주할 때의 열정과 자세만은 젊은이나 기성악단 못지 않고, 특히 아코디언의 주귀남 할머니는 홍일점으로 이 악단의 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
도일을 20일 남기고 하루 5시간의 맹연습을 강행 중인 할아버지 악단의 레퍼터리는 70여곡.
특히 우리 가곡, 흘러간 유행가, 민요 등을 즐겨 연주하는데 이번 일본순회공연에서는 『양산도』『도라지타령』『창부타령』『방아타령』등 우리 민요를 주로 연주하겠다고.
『노후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남을 위해 봉사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는 노인 악사들은 『위문도 위문이지만 상당한 수준이라는 일본의 양로원·노인단체 등을 돌아보고 그 실태를 전하고싶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일본의 초청자 측에서는 유엔이 정한 노인의 해인 82년에는 할아버지 악단의 유럽 및 미주 공연도 주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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