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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레이건」 대통령의 피격현장 녹화필름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경호원들의 민첩하고 침착한 활약이었다.
총성이 울리자 어느 한사람도 당황하거나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맹수처럼 위기에 대처했다.
어느결에 권총을 빼들었는지, 저마다 방어태세가 완벽했다. 어느경호원은 소형기관단총까지 장전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 경호원은 몸으로 대통령의 방패가 되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건맨울 알아주는 사회다.
권총뽑기 시합까지있다. 정지상태에서 백분의 16초안에 2.44m앞 풍선을 쏘아맞힌 기록을 세운 사람도 있었다.
「레이건」의 저격현장에서 범인이 체포되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변개같이 달려든 경호원들은 범인을 덮쳐 엎드린채 한동안 꼼짝을 않고 있었다. 그둘레에선 몇몇요원들이 역시 피스톨을 빼들고 주위를 살폈다. 범인의 신변보호다.
미련한 판단으론 범인에게 응사를 함직도 하다. 하지만 그런바보는 없었다. 불과 2,3초 사이의 일들이었다. 그야말로 초침처럼 움직이는 경호원들이었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흔히 자신의 신변경호를 두고 『화려한 불행』 『백색의 감옥』이라는 말로 불평도 하는 모양이다. 미전역에 비밀요원은 1천5백여명이 있다. 백악관엔 그중에서도 소수만이 머문다. 이번「레이건」대통령의 경우 사건전 주위사람들의 행색은 너무도 평범했다. 무슨 보좌관인가 싶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유사시 이들은 스파크처럼 반응했고 삽시간에 성난 표범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누구하나 자신의 생명을 아끼려는 몸짓을 하지 않았다. 새삼 직책에 충실한 그들의 사명의식에 놀라게 된다.
사실 미국의 대통령쯤 되면 경호따위엔 초월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할것 같다. 민선대통령으로, 더구나 대통령의 일거일동을 눈여겨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피할길이 없다. 피하기보다는 수시로 위험이며 위험이다. 그러나 민주국이기 때문에 그런 지배자는 안전을 구가할 수 있는 면도 있다. 국민과 동떨어진 협력속의 독선자같으면 이런 일을 상상도 할 수 없다. 매사가 통제와 통제의 벽속에 갇혀있다.
민주국가에선 국민의 지배자라는 의식이 그 지드자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바로 그런 미국에서 이와같은 역설적 진실이 통하지 않는것이 이상하다. 글쎄 문명병이라고나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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