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테」의 뜻과 정신-최창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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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학교나 관공서 아파트단지 공단 또는 공공건물에 출입할 때마다 금테 두른 모자를 썼거나 노란 줄을 댄 바지를 입은 수위나 경비원을 보곤 한다.
그러나 그들이 쓴 모자의 금테나 바지의 노란 줄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 경찰이나 군의 간부급이 쓰는 정모의 금테에 대해서도 단순히 하급자들과 구분하기 위한 계급장 정도의 표시로만 이해하고 그 금테가 내포하고 있는 참 의미가, 수위가 쓰고있는 금테가 의미하는바와 근본적으로 같은 맥락에서 연유된 것임을 깊이 생각해본 사람도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금테나 모자챙에 수를 놓은 표시의 기원을 정확히 추적하기는 힘드나 다만 해군에서 갑판의 전방이나, 상방에서 지휘자룰 쉽게 식별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금테나 노란 줄의 참 의미는 바로 지휘자의 책임감과 사명감에 따르는 희생과 봉사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금테는 하급자 위에 군림함을 암시하기보다는 봉사하는 정신을 일깨워 주는 자극제이며 상징적 표시인 동시에 이러한 공복의 본분과 신분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식별시켜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부여해주자는 데에 숨은 뜻이 있는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수위나 경비원의 금테도 결코 남의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항상 남을 위해 봉사할 준비태세가 되어 있어야 하며 하시라도 많은 사람들의 필요에 즉각 부응하기 위해 남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금테를 두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남의 위에 군림하기는 쉬워도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희생·봉사정신이야말로 바로 이해의 본 바탕임을 알아야겠다.
영어로 이해는 UNDERSTANDING라고 한다. 이는 본래 UNDER(밑에)와 STAND(선다) 의 복합어로서 남의 밑에 서서 봉사한다는 의미를 갖고있다. 밑에 서서 남을 위해 봉사함으로써만이 상대방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암시적이고 교훈적인 뜻을 내포하는 것이다.
요즈음 흔히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지도자와 서민대중, 정부와 국민간에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불신만이 팽배해있다고 자조 섞인 얘기들을 많이 한다.
결국 이는 각자가 상대방의 밑에서는 자세로 상대방을 위해 회생·봉사하려는 정신이 결여되어 있다는 증거다.
즉 표현만의 공복이나 형식상의 금테보다는 오히려 금테가 내포하고 있는 참 의미를 다같이 재음미하면서 사랑이 담긴 새로운 마음의 자세를 회복해야겠다. 이해가 없다면 결국일치와 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 진정한 가정과 사회·국가의 발전은 바로 개개인이 공동체 안에서 일치함으로써 가능하며 이 일치란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지며 이는 곧 참다운 「금테의 정신」을 표현하는데 있다. 금테의 정신을 단순히 머리와 입으로만 안다는 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안되며 알고 있는 「지」를 손과 다리를 통해 실행하는 차원으로 승화시키도록 해야겠다.
즉 지행일치를 위해 비대한 머리(지)와 빈약한 손·발(행·희생·봉사)간의 균형을 되찾도록 서둘러 보자. 아울러 허약한 가슴(애)도 보강을 시켜보자. <서강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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