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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트레스 해소법|과학기술정보센터 권충환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단추만 누르면 척척 무엇이든지』-.
현대는 실로「컴퓨터」만능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컴퓨터」가 이렇게 만능의 인공두뇌처럼 유능한 것은「컴퓨터」스스로의 재주는 아니다.
결국은 인간의 두뇌와 조각에 의한 것이다.
거미줄처럼 치밀하고 복잡한 이 기계를 다루는 우리는 그만큼「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프로그래머」초년생을 면하고 이제「컴퓨터」와 친해 온 지도 5년. 하는 일이 외면적으로 화려하지도 않고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닌 만큼 자기 나름대로의「스트레스」해소법이 없으면 일을 하기 어렵다.
주위에는「테니스」나 등산 등으로「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좀 특이한「스트레스」해소법을 갖고 있다.「컴퓨터」를 다루다 잘 안되어 화가 나면「컴퓨터」를 향해 한바탕 욕을 퍼붓는다. 평소에 몹시 미웠던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하고 불쾌했던 일을 생각하며 닥치는 대로 열심히 욕을 한다.
그러고 나면 지끈지끈 쑤시던 골치도 씻은듯이 가시고 마음이 후련해진다. 어떤 때는「컴퓨터」를 밭길로 차 버리고도 싶지만 그렇게 되면 물질적 손해가 날 것 같아 옥상으로 올라가 허공을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해본다. 야구방망이라도 휘두르면 더 좋겠지만 아직 그렇게 해보지는 않았다.
학창시절의 별명은「아가」인데 그 때문에「혼자 하는 욕설」로「스트레스」를 풀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할머니께서『욕을 잘하는 사람은 대규환 지옥에 떨어진다』고 주의를 주는 바람에 다른 사람에게 이 방법을 권할 수는 없지만 남에게 피해를 안주는「스트레스」해소법 임에는 틀림없다.
바야흐로 화창한 초봄. 일을 하다 머리가 무거워지면 공기 맑고 그림같이 깨끗하기로 유명한 과학기술정보「센터」앞뜰에 나가 새잎이 파릇한 나뭇가지를 보며 심호흡이라도 하면「스트레스」가 더욱 풀릴 것 같다. 어디서 아름다운 음악이라도 들려 오면 더욱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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